수에즈 운하 다시 열렸지만..수십조원 손실액 누가 배상할까
김태일 입력 2021. 03. 29. 15:30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선 에버기븐호 앞의 굴착기. / 사진=AP뉴시스(수에즈운하관리청(SCA) 제공)
[파이낸셜뉴스] ‘에버기븐호’ 부양 작업이 좌초 6일 만에 성공하면서 가로막혔던 수에즈운하 물길은 뚫렸으나,
책임 소재와 손실 보상 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해운업계 및 원자재 산업계에 수억 달러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해 당사자 간 책임 전가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이날 새벽 운하 내 좌초했던 에버기븐호 부양 작업을 마쳤으며, 정상항로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선박은 곧 엔진을 가동해 예인선과 함께 운하 외부 홍해바다로 빠져나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폭 59m의 파나마 선적의 컨테이너선으로, 지난 23일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중 좌초했다.
이집트 당국은 이제 좌초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그 결과에 따라 막대한 배상금 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에버기븐호에 더해 이 선박의 좌초로 인해 운항이 멈춘 다른 배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이들 보험사는 다시 에버기븐호 선주에 손실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에버기븐호 선주는 또 다시 보험사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배상금 추정액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원유운반선, LNG선 등 선박 369척이 수에즈운하 근처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원유 등의 운송이 지연되며 27일에는 서부텍사스유,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원유 값이 4% 넘게 뛰며 배럴당 60달러 선을 뚫기도 했다.
특히 수에즈운하에는 전 세계 선박 운송의 15%가량이 쏠리는 터라 피해액은 하루 기준 10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양 당일을 제외한 6일로만 계산해도 70조가 넘는다.
에버기븐호 자체 피해액도 만만치 않다. 에버기븐호급의 대형 컨테이너선은 대개 1~2억 달러(약 1100억~2300억원) 정도의 보험금이 보장되는 보험에 든다. 실제 보험금은 선박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번 사고는 선박 프로펠러가 모래 제방에 박혀 피해 정도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보상을 맡게 될 곳이 영국 P&I클럽이다. 손실 보상에 더해 구조 및 인양 비용, 매출 손실 등도 메워야 한다.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전부 하역해야 할 경우 비용은 더 뛸 수 있다.
이번에 투입된 네덜란드 업체 스미트샐비지는 배와 화물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공 보수를 수령하는데,
이 금액이 수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정 피해액 70조에 수천억원이 추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에버기븐호 선주뿐 아니라 보험회사까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에버기븐호 선원들은 수에즈운하 통과 당시 초속 50m 넘는 모래폭풍이 휘몰아쳐 시야 확보가 안 됐으며, 파도로 인해 배가 심하게 흔들려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22만t 넘는 에버기븐호가 방향을 잃고 모래톱에 빠진 이유에 대해선 상세한 설명이 없다.
이집트 당국은 선사 측이 출항 전 선체 이상이나 고장문제를 은폐했거나, 운항에 미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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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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