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자매, 신체적·성적 학대 일삼아 온 친부 살해
박혜연 기자 입력 2020.07.31. 14:33
러시아 세 자매가 학대를 일삼은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맨 왼쪽부터) 크레스티나, 안젤리나, 마리아 카차투리안. - CNN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러시아에서 10대 세 자매가 수년 간 자신들을 학대해 온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크레스티나 카차투리안(당시 19세)과 두 여동생 안젤리나(당시 18세), 마리아(당시 17세)는
지난 2018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친부 미하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러시아 경찰과 자매의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 당일 미하일은 집이 어질러져 있다는 이유로
세 자매를 나란히 세운 후 얼굴에 후추스프레이를 뿌렸다.
이에 천식을 앓고 있던 큰딸 크레스티나는 기절했다고 한다.
이날 밤 세 자매는 친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친부가 잠든 사이 그의 후추스프레이와 망치, 칼 등으로 그를 공격했다. 미하일의 시신은 아파트단지 내 계단에서 가슴과 목에 수십 개의 칼자국이 난 채 발견됐다.
자매들은 아버지가 먼저 공격했던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칼로 자해하고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지만 심문 과정에서
살해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수년간 성적·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미하일의 휴대전화에서는 그가 자매들과 이들의 어머니를 성폭행하고 죽일 것이라고 협박하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2018년 4월 미하일은 딸이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화를 내면서 "너는 매춘부이고 매춘부로 죽을 것"이라며 "내가 너를 완전히 때려눕히고 죽여버릴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정폭력 전문가와 여성단체들은 오랜 시간 학대를 받아온 세 자매가 법적·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자신들을 방어하거나 아버지 손에 죽는 것밖에 없었다며 이들을 변호하고 나섰다.
자매의 변호사 알렉세이 파신은 "우리는 그들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딸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고, 그들의 삶은 끊임없는 지옥이었다"며
"이들을 건강하고 이성적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학대 증후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포함해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말했다.
크레스티나와 안젤리나의 심리는 31일 모스크바 법원에서 열린다.
막내 마리아는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별도로 재판을 받게 된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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