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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 속았다”…신종코로나 사태, WHO 공정성 위기로

일산백송 2020. 2. 10. 07:55

“WHO에 속았다”…신종코로나 사태, WHO 공정성 위기로
중국 정부 편든 WHO, 후폭풍에 곤욕
입력 : 2020-02-09 16:26/수정 : 2020-02-09 16:37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공항에서 얼굴에 물통으로 만든 보호장구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정치적 중립성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는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공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흔들리며 위기를 겪고 있다.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교수는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WHO에 속았다”고 지적했다. WHO에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는 고스틴 교수는 “내 자신과 다른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WHO와 중국 정부의 발언을 근거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지 않고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대중들을 안심시켰다”며 “불행히도 잘못된 확신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폐쇄적인 중국 관료 사회 내부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저우센왕 우한시장은 지난달 27일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좀 더 빨리 발표됐어야 했다며 당국의 책임을 인정했다. WHO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를 두둔했다. 중국 관료들이 사태를 축소하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내부 고발자들을 침묵시켰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지만 WHO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칭찬하기 바빴다. 중국 당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WP는 전세계적 보건 위기가 불거진 지 한 달 넘게 지난 시점에서 바이러스 발발 초기 WHO가 내놓은 중국 정부에 대한 칭찬이 잘못된 안도감을 만들어내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자극한 게 아닌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아프리카 빈국 에리트레아 출신인 거브러여수스는 2017년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당시 중국은 향후 10년간 600억 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WHO를 자신들의 영향력 밑에 두려는 의도였다. 기여도가 높은 중국이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지원운동을 벌이면서 거브러여수스는 손쉽게 당선될 수 있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글로벌 보건담당 선임 연구원인 옌중황은 “사람들은 WHO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제보건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의 WHO가 정말로 그 기구가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WHO에 정치적 편향성 지적이 쏟아지며 거듭해서 신뢰성을 시험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218338&code=611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