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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또 물건너간 '종교인 과세'..흔들리는 조세정의

일산백송 2014. 7. 29. 12:18

또 물건너간 '종교인 과세'..흔들리는 조세정의
한겨레 | 입력 2014.06.29 21:20 | 수정 2014.06.29 22:30

6월처리 사실상 불발
종교계 반발에 정치권 부담

과세법안 10개월간 국회 묶여

정부가 '세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지난해 8월 목사·신부·승려 등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열달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6월 임시국회 처리도 물건너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가 종교인 앞에만 서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달 17일 끝나는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재위 새누리당 쪽 관계자는 "오는 9월에 정부의 내년 세제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종교인 과세도 이 세제개편안과 함께 연말에나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의 후반기 원구성이 새로 이뤄져 담당 상임위인 기재위 구성도 바뀐데다,
이번 임시국회는 인사청문회, 세월호 국정조사 등 다른 현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연말에 내년 세제개편안과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종교계 일부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이마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종교인들은 비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관례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1968년 국세청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뒤
45년 넘게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지 못했다.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종교인에게 세금을 걷고 있다.

지난해 겨우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분명히 밝히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종교계 반발에 부담을 느낀 정치권은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연말 국회는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되 과세 방법 등 구체적 방안은 종교계 의견을 들어 올 2월에 결정한다"는
부대의견만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회에서 법개정이 불발됐고,
6·4 지방선거를 앞둔 4월 국회에서도 종교인 과세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법안 내용도 논란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계 반대를 다독이는 과정에서 애초 법안의 내용을 대폭 뜯어고쳐,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정부 원안은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보고,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하면서 나머지 소득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안대로 가면 정부 추산으로 대상자는 약 1만5000명, 세수는 100억~200억원 정도가 된다.

이 정부 원안도 일반인에 견줘 종교인의 세율이 낮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는데,
정부는 종교계 일각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올해 2월 종교인들과 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더 완화된 법안을 제시했다.

우선 원천징수 규정을 삭제하고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하도록 했다.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범주를 새로 만들고,
'종교인 소득'의 정의를 '개인의 생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금품'으로 좁게 해석했다.
이 경우 종교인이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이 현저히 적어진다.
직업의 성격에 따라 과세범주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김광윤 아주대 교수(경영학부)는
"종교인만 따로 분류해 세금을 부과하면 세법상 개념체계가 무너지는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종교인의 경우 세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원천징수를 삭제한 것은 과세를 하지 말자는 말이나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을 과세 대상에 편입시킨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종교인 과세를 계속 미적거리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가 흔들리고
세금에 대한 국민 불신만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종교인 과세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김소연 기자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