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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망가지는 밤바다에..여수는 눈물바다

일산백송 2018. 12. 4. 10:14

한겨레
망가지는 밤바다에..여수는 눈물바다
입력 2018.12.04. 05:06 수정 2018.12.04. 10:06

2014년 이후 화재 등 안전사고 급증
막개발 후유증..방재 대책은 제자리

한해 1300만명이 찾아온 전남 여수의 밤바다 풍경 여수시청 제공
한해 1300만명이 찾아온 전남 여수의 밤바다 풍경 여수시청 제공

‘밤바다’로 유명한 전남 여수에서 지난 1일 밤 불이 났다.
해상케이블카 탑승장에서 1.5㎞ 떨어진 돌산읍 우두지구의 ㄹ무인텔이었다.
불이 난 객실에 묵었던 30대 남녀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5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다.
주말인 이날 무인텔에는 객실 30곳 중 26곳에 손님 55명이 들었다.
이 건물은 4층 중 1층에 주차장이 있고, 2~4층 객실이 좁은 계단 하나로 이어진 탓에
하마터면 인명피해가 커질 뻔했다.

조을호 여수소방서 현장지휘단장은 “한밤인데 운이 좋았다.
종업원이 신속하게 신고했고, 소방대가 300~400m 거리에서 1~2분 만에 출동했다.
객실 창문에 소방차 사다리를 대고 23명을 구조해 인명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은 “건물에서 대류현상으로 연기가 급속하게 퍼졌고,
눈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가 좋지 않았다. 큰일이 날 뻔했다”고 전했다.

전남 여수 돌산도 해안에 들어선 볼썽사나운 건축물. 여수참여연대 제공
전남 여수 돌산도 해안에 들어선 볼썽사나운 건축물. 여수참여연대 제공

관광객 급증으로 여수지역이 ‘막개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화재 등 안전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5~2017년 3년 동안 발생한 화재는 598건이었다. 한해 200건 안팎이다.
그런데 구조구급대의 한해 구조·이송자는 2013년 8767명에서 지난해 1만143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임무가 늘어도 인력과 장비 보강은 더디기만 하다는 점이다.
여수소방서의 인력은 정원 289명, 현원 269명으로 충원율 93.0%에 머물고 있다.
여수소방서 쪽은 “여수는 통합지역이 넓고 석유화학산단이 있어 소방활동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최근 곳곳에 숙박업소가 난립하고 다중이 이용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개발 지표인 여수의 건축허가 건수는 해마다 100여건씩 꾸준하게 늘었다.
시 통계를 보면 건축허가는 2014년 1331건, 2015년 1431건, 2016년 1543건, 2017년 1498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건축물들은 무인텔·펜션·민박집·음식점 등 관광 관련 시설이 많고,
지역적으로는 케이블카와 돌산대교, 이순신대교로 연결된 돌산 지역에 집중됐다.
돌산도에는 호텔과 호스텔, 리조트 등 여수의 관광숙박업소 133곳 중 48곳, 농어촌 민박집 515곳 중
201곳이 들어섰다.
송하진 여수시의원은 “경관이 좋은 해변은 어김없이 펜션 등이 들어서 경관파괴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민협 회원들이 펜션 주변의 하천을 조사 중이다. 여수시민협 제공
여수시민협 회원들이 펜션 주변의 하천을 조사 중이다. 여수시민협 제공

시민단체들도 안전사고뿐 아니라 수질 오염과 땅값 상승 등을 걱정한다.
여수참여연대는 “돌산도 진모·상포지구의 펜션 인근 하천에서 뿌연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어민들은 오·폐수로 염도가 낮아져 종패가 자라지 않을 정도라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박성수 여수시민협 사무처장은 “돌산도의 펜션은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숙박시설 허가기준을 강화하고 하수종말처리장 등 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민원이 잇따르자 펜션 인근 하천 10곳에서 검삿감(시료)을 가져다 수질을 분석하고 있다.

여수참여연대 관계자는 “돌산 인근 경도에 미래에셋이 1조원을 투자해 리조트를 만든다는 발표 이후
투자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시가 관광정책을 수립할 때 환경 보전과 주민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돌산도 한 펜션 주변의 하천이 뿌연 오·폐수로 뒤덮여 있다. 여수시민협 제공
여수 돌산도 한 펜션 주변의 하천이 뿌연 오·폐수로 뒤덮여 있다. 여수시민협 제공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