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현직 판사 "대법원장이 '재판코치' 하다니..충격"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8.12.04. 09:21 수정 2018.12.04. 09:45
변호사, 판사 접촉 금지한 양승태..
징용소송 개입하려 민사소송법 손대
법관회의가 정치적? '위헌성 고백'
삼권분립은 이념 넘는 모두의 가치
결론 같으니 괜찮다? 절차 정당성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앞서 언급한 대로 어제 법조계에는 2개의 큰 뉴스가 있었습니다.
두 사안 모두 최초죠. 하나는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이분들 다 대법관까지 지냈습니다.
대법관을 지낸 사람들에 대해서 구속 영장이 신청된 최초의 일이 있고요.
또 하나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이죠, 김앤장이 압수 수색을 당했다는 사실이 어제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이 두 사람 구속 영장에 적힌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일본 전범 기업 측의 변호사를 만나서 소송 시나리오를 짜주고 조언해 주고 심지어 서류에 쓰는 용어까지 수정해 줬다. 그러고 나서는 대법원장까지 만나서 이른바 의지를 확인받았다라는 겁니다. 참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쭉 적혀 있었는데요. 이쯤 되면 법원 내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춘천지방법원 류영재 판사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류영재 판사님, 안녕하세요?
◆ 류영재> 안녕하세요. 류영재입니다.
◇ 김현정> 구속 영장의 내용들이 보도가 되면 될수록 저는 착잡한 걸 넘어서 이게 법원 맞나
좀 분노스럽고 그래요. 어떠십니까?
◆ 류영재> 일단 인터뷰 전에 제 의견은 법원을 대표하거나 혹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대표하거나
이런 게 아니라 순수한 제 개인 의견인 것을 미리 알려드리고요.
◇ 김현정> 그건 정확히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료사진)
◆ 류영재> 어제 이제 전범 기업 소송 대리 측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어떤 연락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 보도만으로도 사실 저희 판사들 혹은 저는 정말로 많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임관을 한 지 8년차쯤 되는데 2011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실 판사가 변호사를 사건 관련해서 만난다거나 특히 집무실로 사건 관련해서 변호사가 찾아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 김현정> 판사. 그러니까 뭐 대법원장까지 갈 것도 없고 그냥 일반 판사 집무실로 소송 관련된 변호사가 찾아오는 것만도 금지예요?
◆ 류영재> 네, 이미 그렇게 됐고요. 그러니까 적어도 제가 임관한 이후부터는 사건 관련해서 변호사가 판사 집무실에 찾아오는 걸 전 본 적이 없고 당연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 찾아오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를 하거나 만나는 것도 다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사실 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 김현정> 상상하기 어려운. 제가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구속 영장에 적힌 혐의를 조금 더 자세하게 전달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당시 법원행정처의 처장 밑에 차장. 그 차장이 임종헌 차장이었는데 임 차장이 일본 전범 기업 대리인인 김앤장 변호사를 수차례 만납니다. 만나서 우리 정부 측에다가 의견을 달라고 요청서를 내라. 이렇게 조언을 해 줍니다. 그러자 김앤장이 요청서를 냅니다. 요청서라고 서류에 적어오자 이걸 요청서 말고 촉구서라고 적으라고 아주 꼼꼼하게 용어까지 수정을 해 줬답니다. 그러고 나서 임 차장은 외교부 차관을 만나서 김앤장이 촉구서를 내면 그걸 받아가지고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해라라고 시킵니다. 외교부는 그대로 제출합니다. 이 정부 의견서를 받은 대법원은 '그렇군요, 이렇게 새로운 쟁점이 생겼으니 전원 합의체로 보내야겠군요.' 하면서 이 소송을, 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 합의체로 보냈답니다. 이 과정에서 김앤장은 양승태 대법원장도 최소 3번 이상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만나서 의지를 확인받는 작업을 했다. 이거거든요. 지금 적어도 공소장에 적힌 내용은 이거거든요.
◆ 류영재> 그러니까 사실 어제 법원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판사들이 많이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만약에 사실이라면.
◇ 김현정> 공소장 내용이.
◆ 류영재> 아직은 보도지만 대법원 재판에 재판장이 대법원 재판에 일반 당사자 측과 몰래 사건에 관해서 만났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저희 판사들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에 정말 충격적인 거죠. 왜냐하면 재판에 있어서의 공정성이 이보다 더 심각하게 흔들릴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김현정> 말도 안 되는 거죠. 이건 상식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 시나리오를 짜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조율한 행동 대장 같은 역할을 한 사람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인데 그 임종헌 차장은 이미 구속이 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구속 영장 청구된 사람 2명은 차장의 윗선, 처장인 건데요. 행동 대장인 차장이 구속된 상태면 상급자 구속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 어떻게 가능성 보세요?
◆ 류영재> 일단은 구속 여부는 이것도 엄연한 하나의 재판이기 때문에 판사로서 제가 그것에 대해서 구속이 되겠다 말겠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영장 전담 판사님께서 별도로 판단을 하실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 김현정> 현직 판사로서 답하기 어려우신 것 제가 충분히 이해하고요. 다만 지금 나오는 얘기로는 공소장 내용이 임종헌 차장의 것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구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만 제가 전달을 해 드리죠. 이 정도가 되니까요. 이 지경이 되니까요. 결국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 농단 연루가 확실한 판사들에 대해서는 징계 또는 탄핵을 해야 한다라고 대표 판사들이 절반 넘게 찬성을 했습니다. 의결이 됐습니다. 류영재 판사님도 이날 참석해서 찬성표 던지셨죠?
◆ 류영재> 일단 참석해서 표결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그 법관대표회의를 두고 논란도 있었습니다. 법관회의의 결정은 정치적이다. 이런 비판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아직 어쨌든 무죄인 상태인데 탄핵을 해 달라는 의견을 어떻게 판사들이 내느냐. 이건 마녀 사냥 아니냐. 이런 얘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류영재> 저희가 일단은 국회에다가 어떤 탄핵 소추를 촉구를 한 게 아니라 그것보다는 오히려 저희의 의결 내용은 이런 재판에 대한 공정성과 독립이 침해되고 그런 명백한 행위들은 탄핵이나 징계뿐만 아니라 탄핵 소추까지도 검토가 필요한 중대한 위헌 행위다라는 사실 위헌성에 대한 고백 측면이 더 크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물론 저희가 형사 재판이 확정이 되지는 않았죠. 하지만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탄핵은 사실 형사 재판이 아닌 징계의 일환인 거거든요. 다만 이제 법관은 정직 1년까지는 징계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징계는 불가능하고 탄핵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탄핵의 필요성에 대한 고백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했다면 지금 징계 위원회에 지금 올라간 것도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반됐다고 말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고요. 재판 독립이나 삼권 분립 원칙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이든 진보 진영이든 할 것 없이 우리나라 국민이면 이것은 다 지켜야 되는 가치기 때문에 이 사안은 사실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이념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판사한테는 어떻게 보면 신과 같은 권한을 준 거거든요. 인간이 인간에게 목숨을 내놓고 나를 판결해 주십시오. 우리 중에 누가 옳은지 결정해 주십시오라는 이런 엄청난 권한을 준 건데 그 권한을 받은 사람의 신뢰가 이렇게 무너진다면 이건 정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될 거고요. 뿌리째 뽑고 가고 대안 만들고 가야 될 것 같습니다.
◆ 류영재> 저도 동의를 하고요. 또 무엇보다 이 모든 사안들이 그래도 재판의 결론이 바뀐 건 아니지 않냐. 그러니까 이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일부 법조인들이 계시는데 사실은 판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의 결정은 신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의 결정이 공정한지 독립적인지를 믿을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은 그런 재판 절차 자체가 독립되고 공정해야 되는 거거든요. 재판 절차가 독립되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나오는 결론 자체는 판사가 독립적으로 열심히 한 거니까 괜찮다라는 것이야말로 저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요. 재판의 신뢰를 담보하는 절차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저희는 사실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도 그리고 또 법조계에서도 재판 절차가 흔들렸다는 점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주 좋은 부분 지적해 주셨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 류영재> 네.
◇ 김현정> 춘천지방법원의 현직 판사입니다. 류영재 판사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웃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망해서 '코나'를 '코나'로 부르지 못하는 나라 (0) | 2018.12.09 |
---|---|
"골든타임 지켜라" 달려와도…응급실 문전서 '하세월' (0) | 2018.12.06 |
음주사고 차량 뒷좌석 중상자 7시간 지나 발견…전신마비(종합) (0) | 2018.11.27 |
"임대주택 사는 걔, '캐슬' 사는 우리 애랑 같은 길로 못 다녀" (0) | 2018.11.26 |
'급매물' 내놓았다가 이웃에 몰매.."아파트값 떨어진다" 신경전 (0) | 2018.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