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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이야기

"상추 못씻는다고, 라면 잘못 끓였다고 해고.. 그는 폭군이었다"

일산백송 2018. 11. 20. 10:45

조선일보

"상추 못씻는다고, 라면 잘못 끓였다고 해고.. 그는 폭군이었다"

윤민혁 기자 입력 2018.11.03. 11:01 수정 2018.11.03. 13:23

 

양진호 회사 전 직원 인터뷰

"분위기 무서워 퇴사도 쉽게 못해"

"양진호, 대통령이 꿈인데 정권 농간으로 구속됐다더라"

 

폭행·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회사에서 다년간 일했다는 안모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안씨는 몇 해 전 IT업계를 떠났지만, 인터뷰 내내 자신이 누군지 알려질까 두려워했다. 그는 "양 회장은 사태가 잠잠해지면 끝까지 쫓아와 보복할만한 인물"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안씨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만나 전한 ‘양진호 제국’의 일부 모습을 전한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前) 직원 A씨를 폭행하고 있는 모습. /뉴스타파 캡처

 

―양 회장은 어떤 사람인가.

"양 회장은 전형적인 ‘제왕적 리더십’을 보였다. 양 회장 동생이 대학에서 유도를 전공했는데, 동생과 친구들이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체육학과 출신들이 ‘친위대’처럼 회사를 돌아다니니 자연스레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양 회장은 사람의 약점을 잘 이용했고, 자기가 ‘죽으라’하면 죽는 시늉을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시험했다. 최종 면접 자리에선 비흡연자·흡연자 상관 없이 양 회장과 함께 담배를 펴야 한다. 입사 때부터 자신의 ‘충복’인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퇴사도 쉽게 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사실상 양 회장의 ‘가족기업’이었다는 얘기인가.

"양 회장이 로봇 사업에 막 관심을 가질 때 쯤이다. 어느 날 뜬금없이 젊은 여성이 ‘과장’으로 입사했다. 별다른 이력은 없지만 본인 스스로 ‘미인대회 입상자로 미인대회 관련 일을 해왔다’고 말하고 다녔다. 로봇 사업을 하려는 데 딱히 업무 관련성도 없고 외국어에도 능하지 않은 사람이 채용돼 의아했다. 회사엔 ‘양 회장이 직접 뽑았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양 회장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영상을 보니, 자택에서 그 여성이 양 회장과 함께 도주하더라. 전·현 직원들 사이에서 ‘아 그랬구나’하는 얘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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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제국’에서 사실상 황제 노릇을 하는 중소기업 사주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인가.

"한국미래기술,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등 계열사는 많지만 직원들은 자기 소속이 정확히 어딘지 모른다. 사실상 같은 회사이고, 양 회장이 전권을 쥐고 있기에 ‘저기 가서 일하라’면 하는 거다. 회사 직원들 중 퇴직금을 받는 경우를 못 봤다. 사측에서 직원들의 소속 법인을 동의 없이 계속 바꿔 퇴직금을 안 준다. 노동청에 신고하면 끝내 받을 수 있겠지만, ‘조폭’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받을 엄두를 낼 수 있겠나. 이렇게 주지 않은 퇴직금이 수십억 원은 될 거다."

 

―정치권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양 회장은 틈만 나면 ‘내 꿈이 대통령이었는데, 정권의 농간으로 구속당해서 못 이루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2011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양 회장은 정권이 자신을 ‘타겟수사’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웹하드 업체 대표들도 기소됐지만, 자신과 몇몇만 구속됐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이 강하고 ‘정신승리’가 몸에 베어 있는 사람이다. 양 회장은 끝없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상대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 포르노를 팔아 돈 번 사람이니, 정치인 입장에선 아예 얽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양진호 회장./양진호 회장 싸이월드 캡처이미지 크게 보기

 

양진호 회장./양진호 회장 싸이월드 캡처

―영상을 통해 공개된 폭압적인 기업 문화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양 회장이 워크숍에서 거나하게 취해 ‘예의가 없어 직원을 잘랐다’며 자랑스럽게 떠벌리던 것이 생각난다. 한 명은 상추를 덜 씻어왔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자기 입맛이 예민해 ‘농약 맛’을 느낄 수 있어 채소를 뽀득뽀득 잘 씻어야 하는데, 대충 씻어 그 자리에서 해고시켰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컵도 세제로 씻지 못하게 했는데, 막상 세제로 씻어 줘도 알아차리진 못했다. 또 다른 해고 사유는 라면을 끓여오라 했는데 ‘해물 라면’을 끓여 왔다는 것이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는 이유였다. 기가 찼다."

 

―양 회장의 고급 외제차도 화제다.

"양 회장의 취향은 일관됐다. 차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롤스로이스 팬텀, 오디오는 골드문트만 사용한다. 현재는 판교에 살지만, 그 전엔 타워팰리스 C동에 살았다. SUV 차량을 구입했다 들었을 때도 볼보일 것이라 직감했다.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비싸지만 최고인 것’을 산다. 양 회장은 사무실에서 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데, 공장에도 수억원대에 달하는 골드문트 오디오를 비치해놨다. 쇠를 자르는 소음 가득한 ‘공장’에 스피커 하나에 수억원 하는 최고급 오디오를 설치하고 최대 출력으로 틀었다고 했다. 양 회장은 그런 사람이다."

 

―양 회장은 사업 수완이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이런 폭압적인 인물이 된 것일까.

"양 회장은 그냥 ‘졸부’가 아니다. 모든 사업 영역이 ‘음지’에 있고 떳떳하지 못하다.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사람의 피고름을 짜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막상 돈을 벌고 좋은 차, 집도 사보고 도검, 로봇 등 이런 저런 취미도 가져봤지만 결국 지겨워지지 않았을까. 떳떳하지 못한 돈을 벌어왔다는 콤플렉스가 그를 괴물로 만든 거 같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반론을 듣기 위해 양 회장과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에 수 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