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가난한 대학생 도우려 만든 생활비 대출받아.. 여행가는 휴학생들
주희연 기자 입력 2018.09.17. 03:05
2010년부터 저금리 대출 지원하자 2년간 5880명 휴학 숨기고 돈빌려
일부 학생 유흥·투자비로 써도 규정 없어 강제로 상환 못해
서울 지역 A사립대에 다니는 하모(23)씨는 지난 1학기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150만원을 대출받았다. 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은 돈 없는 대학생들에게 책값이나 교통비, 밥값으로 쓰라고
시중보다 매우 싼 금리로 나라가 대출해주는 제도로 2010년 도입됐다.
그런데 하씨는 지난 학기 휴학하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데 생활비를 대출받아 해외여행비로 다 써버렸다.
사립대 4학년 김모(24)씨는 3년간 장학재단에서 생활비 900만원을 대출받아 쓰지 않고
차곡차곡 저금했다. 대출받은 생활비 900만원은 해외로 교환학생 다녀오고 여행하는 데 썼다.
중간에 한 학기는 휴학을 했는데도 대출을 받았다.
이들처럼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을 받아 여행비, 유흥비로 쓰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휴학 생활 꿀팁'으로 통한다.
대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학교 등록하고 대출받고 휴학하면 됩니다'
'군 휴학 전에 (생활비 대출받아) 놀고먹기 개꿀'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학생 유모(24)씨는 "작년부터는 생활비 대출로 가상 화폐에 투자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대출 제도를 들여다보니, 생활비를 부정 대출받기는 쉽고, 장학재단의 감시는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생활비 대출은 고정 금리 2.2%로,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대학생·청년 햇살론(5%대)보다도
훨씬 저렴하고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다.
원래 생활비 대출은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이 주거비나 교재비 부담 없이
학기 중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일부 학생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장학재단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생활비 대출을 받기가 더 수월해졌다.
장학재단이 학기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등록 의사만 밝히면
생활비를 방학 때 미리 대출해주는 '생활비 우선 대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총 50만1175명이 "학교에 다니겠다"고 약속하고 생활비 우선 대출 제도를 이용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학생 중 5880명은 등록하지 않았다. 학교 다닌다고 속이고 돈을 빌린 것이다.
이런 학생은 우선 대출이 처음 도입된 2016년 2학기 701명이었는데,
2017년 1학기 1082명, 2017년 2학기 2375명, 2018년 1학기 1722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이 빌려간 생활비는 총 71억6783만원이다.
재단은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생활비를 즉시 상환하라"고 알릴 뿐 상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과 관계없이 대학생이면 누구든 나랏돈으로 생활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청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며 "생활비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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