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간사이공항 구조버스 앞 대만인에 "중국인이냐" 따진 대사관
배재성 입력 2018.09.07. 20:54 수정 2018.09.07. 21:56
5일 간사이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의 행렬.[EPA=연합뉴스]
태풍 21호 제비의 영향으로 지난 4일부터 폐쇄된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대만인 관광객들이 중국인임을 인정한 경우에만 주일 중국대사관이 제공한 대피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일 중국대사관은 5일 중국인 750명과 대만인 500명 등의 발이 묶여 있던 일본 간사이공항으로 대피 버스를 제공했으나 대만인 관광객의 경우 중국인이라고 인정해야만 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매체는 당시 대만인들이 현지 중국대사관이 제공한 버스를 탈 수 있는지를 묻자 버스 승차를 기다리던 중국인들이 “당신들이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밝힌다면 버스에 탈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일부 중국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주일 중국대사관은 긴급 대피를 위한 차량을 제공했지만, 대만은 대만인 관광객을 위한 대피 차량을 제공하지 못한 채 다른 교통편으로 환승해 빨리 현지를 떠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국인 목격자는 “질문을 한 뒤 몇몇 대만인은 마치 중국인인 것처럼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이 공개적으로 대만인에게 중국인 인정을 강요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외교적,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나친 국수주의 형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침수된 간사이 공항의 4일 모습 [AP=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침수된 간사이 공항의 4일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이번 태풍은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 열도에 상륙한 초강력 태풍으로 기록됐다.
태풍은 일본 서부 오사카(大阪)의 핵심 공항인 간사이공항을 침수시켜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켰고, 중국인 750여 명과 대만인 500여 명 등 3000명 이상 관광객의 발을 묶었다.
일시 폐쇄됐던 간사이공항은 이날부터 일부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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