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
공격 또 공격.. 베트남은 '싸우는 법' 배웠다
조남기 입력 2018.09.01. 19:11
공격 또 공격.. 베트남은 '싸우는 법' 배웠다
(베스트 일레븐)
경기 결과와 별개로 인상적이었던 건, 베트남의 ‘템포’였다. 그들은 민첩하게 볼을 굴리며 아랍에미리트(UAE)를 줄기차게 괴롭혔다. 신체 조건은 상대보다 열악했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하는 저돌적인 축구는 베트남의 축구 색깔이 무엇인지 알게끔 했다. 아시아 축구 지대의 약체였던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으로부터 ‘싸우는 법’을 배워 강해진 듯했다.
베트남은 1일(이하 한국 시각) 오후 5시 인도네시아 시비농에 위치한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4위 UAE전에서 승부차기 격전 끝에 패배했다. 베트남은 전반 17분 아마드 알하슈미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27분 응우옌 반 꾸옛의 동점골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3-4로 지며 4위에서 만족해야 했다.
베트남은 90분 내내 물러서지 않았다. 현대 축구에서 전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는 팀은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베트남은 그와는 전혀 다른 개념을 적용했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강호도 아니고 전력이 상대를 압도할 만큼 탁월한 것도 아니었지만,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표출했다.
그래서 베트남의 경기는 흥미롭게 진행됐다. 수세에 몰린 UAE의 역습에 간혹 공간을 내주기는 했으나, 그런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공을 쥐고 끝도 없이 상대를 압박하며 그들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선수들의 몸짓에서는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UAE 선수 한두 명쯤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가볍게 벗겨내려 했고, 실제 그런 개인기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전반전 UAE 선수들의 다리 사이로 공이 여러 차례 지나갔던 이유는 베트남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베트남이 공격하자 UAE의 공격 기회는 시간이 갈수록 축소됐다. UAE는 맞불을 놓아서는 베트남의 맹렬한 기세를 제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수비와 역습에 치중하며 경기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베트남은 경기를 주도하고 또 주도했다.
결과를 떠나 이 연령대의 베트남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지 싶다. 그 자신감을 에너지로 삼아 싸우면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베트남의 축구’를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을 듯하다.
지난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그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을 ‘용맹하게’ 운용했다. 감독이 선수들을 전투적으로 사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지만, 박 감독은 전투의 묘를 베트남 선수들에게 잘 가르친 것이 확실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토록 짧은 시간에 약체였던 베트남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이제 그들의 축구에서는 ‘망설임’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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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VN 익스프레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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