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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야기

다문화 이혼, 절반이 법정을 찾는 이유는?

일산백송 2015. 11. 23. 15:48

[뒤끝뉴스] 다문화 이혼, 절반이 법정을 찾는 이유는?
한국일보 | 남상욱 | 입력 2015.11.23. 14:08 | 수정 2015.11.23. 14:27

지난 주 한국인과 외국출신 배우자 간의 다문화 혼인 건수가 4년 연속 감소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나이든 농촌 총각이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를 찾아가 앳된 신붓감을 구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식의
다문화 결혼 문화가 정부의 국제결혼 건전화 조치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었죠.
통계로 볼 때 다문화 결혼 가정의 부부 간 연령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문화 이혼 중 절반은 재판이혼

결혼이 그렇다면, 이혼은 어떨까요?
결론적으로 한국인과 외국인 출신 배우자 간 ‘다문화 이혼’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재판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혼을 위해서는 양자간 협의를 하거나 재판을 거치거나 둘 중 하나인데요.
한국인들 대부분이 재판보다는 협의를 통해 이혼도장을 찍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협의를 할 수 있는 배우자가 없거나, 상대가 이혼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증명 받아 체류 자격을 연장하겠다는 고육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에 있었던 다문화 이혼 1만2,902건 중
재판을 통한 이혼이 6,12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이는 파악이 안 된 15건을 뺀 1만2,887건 중 절반에 가까운 47.5%에 해당하는 수치죠.
두 쌍 중 하나는 판사의 결정에 의해 이혼을 했다는 얘기인데요.
반면 한국인들끼리의 이혼(10만2,608건) 가운데 재판 이혼(1만9,598건)의 비중은 19.1%에 그쳤습니다.
비율로 보자면 다문화 이혼에 절반도 못 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귀화를 위해, 한국에 살기 위해 재판을 선택하는 사람들

전문가들은 이혼을 앞둔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지 않기 위해 재판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행 국적법은 한국인과 결혼을 한 뒤 3년이 지났고,
한국에서 1년 이상 산 외국인에게 귀화를 허용해주고 있는데요.
결혼을 하게 되면 3년 기한으로 비자(F6)가 나옵니다.
기한이 끝날 때쯤이면 귀화 자격이 되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귀화 자격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이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비자의 효력이 사라지면서 결국 한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겁니다.

다만 국적법은 이 같은 경우를 감안, 예외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실종, 또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이유로 혼인이 유지돼지 못했다는 걸
인정받게 된다면 귀화가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건데요.
이 경우 혼인 비자도 연장돼 국내 체류도 계속 가능하다고 합니다.

결국 국내에 계속 머물면서, 귀화를 하기 위한 기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이혼의 책임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런 이유로 재판을 통해 혼인 상대의 귀책 여부를 밝혀 달라는 것이
상당수 다문화 가정의 이혼 사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협의 자체를 할 수 없는 것도 법정을 찾는 건데요.
외국에서 만나 결혼을 하기로 한 뒤 국내로 귀국해 혼인신고를 했는데,
와야 할 신부나 신랑이 약속을 어기고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이혼이라기보다는 혼인 무효에 가까운 재판을 하는 셈인데요.
혼인한 뒤 가출 등으로 실종이 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인신고와 비자발급 절차 보완 필요

법원에서는 이 같은 경우를 두고, ‘하지 않아도 될 재판’이라고 보는 듯 합니다.
재판의 남소 문제를 지적하는 건데요.
혼인비자를 내 주기 전에, 관광 비자 등 예비비자를 내 준 다음에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혼인비자 만료 문제로 법정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겠죠.
결혼 적격 심사도 하자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아마도 혼인을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말일 겁니다.

그런데 특히 예비비자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에서는 예비비자를 받은 뒤 돌연 자취를 감추는,
즉 불법체류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입장입니다.
아직까지 명쾌한 해결책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행 혼인신고와 비자발급 절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