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왼쪽),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카카오 서비스의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머리 숙여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성남=이한형 기자
카카오가 대대적인 시스템 쇄신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 대다수가 쓰는 ‘공공성’을 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 3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카카오는 피해자 보상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모든 이용자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서비스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 사태’가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남궁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홍은택 대표도 “카카오톡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다. 그에 부합하는 책무에 소홀한 점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남궁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지난 3월 카카오 단독대표로 취임한 지 7개월, 홍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바뀐 지 3개월 만이다. 카카오와 상장 계열사의 주가 폭락 등의 위기 상황에서 ‘신뢰 회복’ ‘혁신’이라는 과제를 끝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그는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이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화재를 거론하면서도, 사후 대처 미흡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 대표는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에 문제가 없었지만,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를 이원화하지 않아 장애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서버 자동화 배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3만2000대의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재가동하면서 복구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에 재난 대응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후 대처에 부실을 노출했다. 카카오는 연말연시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서버가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해 긴급 복구하는 방식의 훈련을 수시로 했다고 한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체가 ‘셧다운’에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평소 장애가 나면 20분 안에 복구하는 걸 목표로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셧다운 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었다. 판단 오류였다”고 했다.
카카오는 2개월 안에 운영 도구 이원화를 완료해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장애 사태가 장기화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무엇보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를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이날부터 약 2주간 보상을 위한 피해 접수에 들어갔다. 멜론·카카오페이지·카카오커머스 같은 유료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무료서비스 이용자에게도 신고 채널을 열어 피해 사례를 받는다. 이어 구체적인 보상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성남=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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