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잃은 배드민턴 세계랭킹 10위 "내가 희생양 될 줄은..."
입력 2021.01.31 17:49 수정 2021.01.31 17:59
세계 10위 정경은, 국대 선발전 탈락에
"심사 의혹 규명해 달라" 靑국민청원 올려
심사위원 편파적 구성·내정자 의혹 제기
2016년 8월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4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정경은(왼쪽)·신승찬이 동메달을 목에 걸고 하트를 만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경은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31·김천시청)가 자신이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정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정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건 세계적인 선수다. 2019년 덴마크 오픈에서 우승했고 현재 백하나(21·MG새마을금고) 선수와 함께 여자복식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정 선수는 18~23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태극마크를 잃었다. 정 선수와 백 선수는 선발전에서 5위 안에 들어야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정 선수는 5위 밖으로 밀려 탈락했다. 반면 백 선수는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해 태극마크를 지켰다.
정 선수는 앞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21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그는 "그동안 체육계에 크고 작은 비리와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제가 희생양이 될 줄은 몰랐다"며 "종목마다 선수선발에 대한 비리와 부정은 뉴스로만 듣고 남의 일처럼 여기며 운동에만 전념해 왔었는데 저에게 꿈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절반이 참가 선수 팀 소속 지도자"
정경은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가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한 부정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정 선수는 선발전 심사위원 구성부터 편파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 절반이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가 속한 팀이었다는 게 정 선수의 설명이다. 자신의 팀 선수가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심사 점수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복식은 리그전 성적 50%와 심사위원 평가 50%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정 선수는 리그전에서 공동 7위를 기록했는데, 정 선수보다 리그전 성적이 낮은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다.
그는 "6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은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의 지도자들이었다"며 "심사위원 3명이 본인 팀 선수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심사하는 납득할 수 없는 선발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승률이 높아도 평가점수로 얼마든지 부정과 조작이 가능하다"며 "선수들은 본인의 승률 외에는 선발기준도 모른 채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깜깜이 선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명단 최종 발표 전 소문과 정확히 일치"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금호스포츠센터에서 시민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선수는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모 심사위원이 특정 선수를 거론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전해 들었다"며 "이미 특정 팀 선수의 선발이 정해진 듯한 발언으로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정 선수는 "협회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24일 모 선수로부터 선발된 선수들의 명단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26일 발표된 최종 명단과 모 선수로부터 들은 명단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고 비판했다.
정 선수는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안을 마련해 더는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기를 호소드린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억울하게 탈락한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간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 심사위원을 징계하고 선발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알 권리를 위해 평가항목, 세부 채점 기준, 심사위원 자격요건, 심사위원 명단까지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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