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부러움 받던 서울 의대생, 왜 손가락질받는 미운오리 됐나
윤창수 입력 2021. 01. 22. 05:07
[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이야기] 수시전형서 6개 의대 모두 합격
세금 지원받는 과고 출신 밝혀져
제작진 "무지했다" 시청자 사과
[서울신문]
수시전형에서 의대 6곳에 모두 합격한 의대생의 합격증.‘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생이 시청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자
결국 제작진이 “무지했다”며 공개 사과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학생은 6개의 원서를 쓸 수 있는 수시전형에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고려대,
경희대 등 모두 의대에만 지원해 6곳 모두 합격한 실력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수목적 자율형사립고에서 2009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한 경기과학고 졸업생이기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라 대학교가 실험실을 빌려 쓰는 일이 있을 정도로,
국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아 이공계 인재를 키워 내는 곳이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17년 예산 지원액이 161억원에 이를 정도로 국가 재정이 많이 투입된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한국과학영재교는 2539만원, 경기과학고는 2003만원으로
웬만한 서울 시내 대학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청자들은 “영재고 지원자를 받을 때 의사를 할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하는데
기초과학에 뜻있는 학생 자리를 하나 뺏었다”, “세금으로 엄청난 지원을 받아 일반고 학생들과 비교도 못 할
우월한 스펙으로 수시에 지원했다”며 이 학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영재학교는 일반고에는 2025년 도입할 예정인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연구 활동 및 논문 작성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 1인당 학교생활기록부가 30~40장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어와 영어 과목은 3년 동안 15학점만 이수할 정도로 학교 수업이 수능 대비와는 거리가 멀어
대부분의 학생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한다.
영재학교도 이공계 인재로 키우려 했던 학생들이 의대로만 가는 것을 막고자 2019년부터 의학계열 진학 시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 1500만원을 반납하고, 수상 실적 등은 취소하며 추천서도 써 주지 않는다.
하지만 1500만원의 교육비 반납은 나중에 의사가 돼 벌 수 있는 기대수익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하고,
교사 추천서는 중학교 은사로부터 받는 등의 편법이 동원된다.
특히 영재학교는 전국에 8곳이 있지만 수도권 출신 학생이 60%에 육박하며,
서울과학고는 40%가 강남구 출신에다 절반은 대치동 특정 학원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연구소에 취직한 한 40대 졸업생은
“과학고 후배들이 의대를 선택해 ‘먹튀’라고 욕을 먹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과학고 입학을 결정한 뒤 30년이 지난 지금 더이상 좋은 과학자를 꿈꾸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재학교와 과학고 졸업생의 의대 진학이란
고질적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국과학영재교처럼 의대 진학 시 졸업 자격 자체를 박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이스트 부설인 한국과학영재교는 2014년 이후 의대계열 진학자가 없었고,
2016년 의대 진학생도 졸업 자격이 박탈되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학교 손을 들어줬다.
이렇다 보니 영재학교의 지원율도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과학고는 20대1의 입학 경쟁률이 2020년에는 10대1,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 등에
2대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2025년 일반고 전환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과학 인력 양성은 어렵고 힘든 길임이 틀림없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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