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칼럼
별난 이름
파란하늘 작성 2017. 8.11 05:11
별난 이름
옛날 고향 소꿉장난 하던 벗 중에
조 고만이란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냥 이름만 불러도 고만하면 예사롭지 않은데,
성씨를 합쳐 조 고만하면 더욱 웃기는 이름이다.
해서 아무리 어릴 때였다고는 하지만
아예 놀림감의 단골이 되었다.
이름을 고만이라 지었던 까닭은
다름 아닌 아들을 얻고자하는 욕심에서였다.
아니 욕심이라기보다도 내리 딸만 낳던 처지라
제발 더는 딸아이가 보기 싫어
딸은 너로써 마지막이 되어달라는 애원이 담긴
그런 표현에서였으리라!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름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딸만 너 댓을 낳아서 딸에 질린 그 가정에
드디어 아들을 낳게 되었으니 말이다.
듣기 고약했고 당사자는 무척 이름 때문에
많은 서러움을 당해야 했지만, 아들 동생을 갖게 되었으니
그 친구는 그자체로 톡톡히 효녀의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전가 아침 마당에 ‘별난 이름, 별난 사연’이란 프로가 있었다.
이 시간에 별난 이름 가진 사람들이 무더기로 출연을 했다.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가 범상치 않은 제법 그럴싸한
재미있는 이름들이었다.
열거하자면,
강 도범(姜 道範),백 여인(白 汝寅),김 고자(金 高子,다카코),
여 태자(呂 太子) 전 대표(全 大表)전 우표(全 宇杓)
배 신자(裵 信子) 남 좋은 일 등이다.
이들 이름을 일일이 다 사연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고,
몇 사람만 골라 조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등장 이름 중 가장 웃기는 이름이라면 여 태자가 아닌가 싶다.
그녀 말마따나 잠이나 한번 실컷 자보고,
여태 자느냐는 말을 들었다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그녀는 맨 날 듣는 소리가 지금도 자느냐는 구박(?)을 당하고
산단다.
눈을 뜨고 있어도 여태 자느냐고 하니 말이다.
잠을 자고 있어도 여태 자느냐고 구박을 당하고,
눈을 뜨고 있어도 여태 자느냐고 주변에서 놀려대니
그 고충이 오죽했겠는가!
다음으로 고약스런 이름은 백 여인과 배신자였다.
이들은 고종 사촌지간으로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백 여인의 외할아버지였단다.
백 여인은 여자가 아닌 남자이기에, 이름이 괴이한 것이다.
그 사람에겐 형제 중에도 이름이 유명세를 탈만한 이름들이
수두룩했다.
형제를 차례대로 소개하자면
백 만인, 백 시인, 백 성인, 백 정인등이었다.
그건 그렇고,
백 여인 장본인의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자기 부인이름이 박 승남(朴承男)인데,
딸아이 결혼 청첩장을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청첩장을 받아보니
아버지가 있어야할 자리에 부인이 찍혀있고,
아내의 자리에는 자기가 찍힌 서로 위치가 뒤바뀐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인쇄소 측에선 이름을 보고 그래도 잘 분별해서 한다고 한 것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떠올려 진다.
박 대통령이 결혼식 할 때의 에피소드다.
당시 주례를 맡았던 분이 대구시장이셨는데,
그분이 그만 황당한 실수를 했었단다.
신랑신부 결혼서약을 할 그 순간에,
“신랑 육영수군과 신부 박 정희양”어쩌고...하고만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백 여인의 경우와 너무도 흡사하기에
언급해보았다.
다시 사촌여동생 배신자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연한 시간에 의도적이긴 했겠지만
배신자라는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
배 신자가 배신자를 부르니 이 어찌 코믹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노래를 불렀던 경우처럼이나,
자기이름 때문에 곤경이 많았을 건 당연한 일이다.
제일 어려웠던 때가 자기남편과 결혼할 때,
남편이 이 여자가 날 배신하고 떠나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 있어, 그때 마음으로 참으로 조바심을 태웠다고 한다.
다들 재미있는 일화들은 많지만 생략하고,
한 사람 이야기만 더들어보자.
강 도범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우선 이름만 들어도 섬뜩할 것이다.
누구에게 소개할 때도 이름만 도 범이라 해도
도 선생(盜 先生)인줄 알 테고,
성까지 붙여 버리면 천하에 나쁜 도적놈이니
얼마나 고약한 이름인가!
이름이 고약한 만큼이나 황당한 경우를 많이도 치뤘다고 한다.
언젠가는 나쁜 사람들을 신고를 했다가,
신고자가 강도범이라 하니
장난치지 말라고 핀잔을 받기도 하고,
이름 때문에 자신이 죄인인양 취급당했던 경우까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제일 곤혹스러울 때가 도장을 찍어줄 때란다.
도장에는 성명다음에 인(印)자를 함께 새기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 도장은 강도 범인이 되고 만다.
아주 강도짓을 저지른 범인이라는
확실한 표식을 해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도장을 새길 때, 印자는 생략하고 새겨야 한단다.
TV 아침마당은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폭소의 연속이었다.
출연자 이야기만 해도 한이 없겠지만 여기서 접고,
좀 딴 예기를 써 볼까 한다.
내가 아는 별난 이름 중엔 가장 긴 이름은
‘박차고 나온 놈이 샘이나’이다.
하도 이름이 길어서 그냥 ‘샘이나’라고 줄여 쓰기도 한단다.
또 별난 이름을 열거하자면,
차라리, 여인숙, 구덕이, 황송해, 황망해, 주 길년 등등....
한이 없다.
내 기억에 잊혀 지지 않는 이름 하나만 더 소개해보겠다.
옛날 우리 협회 유광렬회장님이 들려주시던 에피소드다.
협회 문화부에 귀님이란 아가씨가 있었단다.
초창기 시절이라 협회 직원들도 여름과 겨울철에
40일 전도를 나가야만 했는데,
이 아가씨도 예외 없이 전도를 나가게 되었다.
그때 유 회장님이 하신 말씀이 걸작이었다.
“하나님도 참 불쌍하시구나! 오죽 답답하시면
방귀님도 전도를 내보내셔야 하실까?”
바로 문제가 된 화룡점점은
그 아가씨의 성씨가 방(方)씨였다는 것이다.
성씨를 따로 떼고 이름만 귀님이라 부른다면
얼마나 이쁜 이름이며 고상한 이름인가!
하지만 성을 붙여 노면 아주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볼썽사나운 이름이 되고 만다.
해서 나의 작명법에는 성과 이름이 궁합이 잘 맞도록
특별히 신경을 쓴다.
거기에 덧붙여 이름이란 부르기 좋고,
듣기에 기분 좋은 이름이라야한다.
작명에는 사주용신 적합여부를 따져보기도 하고,
음양오행의 상생 및 수리적으로 얼마나 좋은가 등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그중 첫째는 그 이름이 가진 뜻이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동시에 그 이름이 부르기 좋고 듣기에도 좋아야한다는
이 철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러지 아니하면 이름이 천박하기도 하고,
놀림감이 될 수 있는 이름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름대로 운명이 결정지어 질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트루만은 이름대로 트릿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고,
현직 대통령 트럼프도
괜히 드럼이나 치다 마는 대통령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문 재인 대통령도 문제인이 아니면 문 죄인이 될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떠 오른다.
일본의 아베나 중국의 시진핑도 그렇고,
러시아의 푸핀도 느낌상 고약하긴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이름대로 살다간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가 하면,
이름이 참 좋은데 그렇게 살지 못할경우엔
이름 값 못한다는 말을 우리는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름이란 자기의 고유 상표다.
상표를 잘 달고 나와야 상품의 가치가 발휘된다.
요즘 상품 브랜드값이 비싼 이유도 다 그런 까닭이다.
그런 만큼 누구든 이름을 함부로 지었다간
두고두고 후회를 할수도 있고,인생을 망치는 수도 있다.
반면 괜히 남다른 틔는 이름 짓는다고
별난 이름 짓지말기를 당부한다.
별난 이름들이여!
그대 이름들이 작명가를 잘못만나
너도 수난, 나도 이 고생을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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