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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예쁜 이름 갖고 싶으니 서명해주세요” 대변초의 기적

일산백송 2017. 8. 17. 17:14

서울신문

“우리도 예쁜 이름 갖고 싶으니 서명해주세요” 대변초의 기적

기사입력2017.08.17 오후 4:21

최종수정2017.08.17 오후 4:25

 

“우리도 예쁜 이름 갖고 싶어요”.

 

학교 개명을 이끌어낸 하준석군이 17일 집 옥상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민망한’ 이름 탓에

놀림의 대상이 됐던 학교 이름을 서명운동을 통해

54년 만에 개명토록 했다.

 

부산 기장군 대변리 대변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대변’이라는

교명 탓에 놀림의 대상이 됐다.

 

학생들은 외부 행사 때나 운동 경기 때 자신의 학교 이름이

불리면 상대 측 학생들이 ‘똥’ 학교라며 놀리는 등

이름 탓에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방과후학교 대상을 받고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등

교육 환경이 뛰어나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일부 학생들은 학교 이름 때문에 전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이름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입었지만 선배, 지역 어른 등

어느 누구도 선뜻 교명을 변경하지 못했다.

 

“그냥 마을 지명과 같으니까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는데?” 등 교명 변경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한 학생이 사고를 쳤다.

 

부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12)군이

‘교명 변경’을 공약을 내세우고 서명운동에 나선 것.

 

하군은 “ 축구시합이나 공연 때 사회자가 대변초등학교를

소개하면 주변에서 비웃거나 피식 웃는 등 놀림감이 됐다”며

“3학년 때부터 학교 이름을 바꿨으면 싶었는데

부학생회장에 출마하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기장 멸치 축제 때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교명 변경 서명을 받고, 동네 어른들과 선배들에게는 편지를

써 교명 변경에 뜻을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학부모들도 교명 변경 운동에 참여했다.

학부모·교사·동창회와 마을 이장이 합심해 구성한

교명변경추진위원회는 4000여건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최일천(54) 학교 운영위원장은

“당시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개명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변초등학교는 17일 교명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착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변초등학교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교명변경추진위에서 새로운 교명 3건을 상정해

25일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이달 말

부산 해운대교육지원청에 정식으로 개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학교와 동창회 등은 새이름을 공모해

해파랑, 차성, 동부산, 용암, 도담 등을 선정했다.

해파랑과 용암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채택된 교명은 부산시교육청의 교명선정위원회 심의와

부산시의회 조례 개정을 거치면 확정된다.

내년 3월 새 학기부터는 바뀐 교명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변초등학교의 개명 작업은 1963년 기장초등학교

대변분교에서 대변국민학교로 독립한 지 54년 만이다.

현재 전교생 76명의 소규모 학교다.

 

대변은 기장군 대변리에서 딴 이름이다.

대변리는 조선시대 공물 창고인 대동고가 있는 항구를

의미하는 ‘대동고변포’의 줄임말이다.

 

학교 관계자는 “일부 동문과 지역민의 반대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시작한 교명 변경 운동이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며

“내년 새학기부터 새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남은 행정절차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