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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야기

이혼에 대처하는 자세

일산백송 2015. 8. 27. 14:21

이혼에 대처하는 자세




이혼이 흔한 세상입니다.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세상’이라는 말대로 이혼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 1년 미만 신혼부부의 이혼과 노년층의 황혼 이혼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결혼식이 끝나고도 한참 지나서야 혼인신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다음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를 본 적도 있네요.
혼인신고를 늦추는 이유는 한결같습니다. 헤어질 경우를 대비해 서류상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죠.

결혼과 이혼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울까요?
두 가지 모두 경험한 사람들은 “이혼이 결혼보다 몇 배는 어렵다”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혼인은 구청을 방문해 몇 가지 서류만 작성하면 됩니다.
혹 모르는 게 있어도 구청 직원이 친절히 알려주며 당연히 무료죠.
반면에 이혼은 어떻게 해야 될지 그 절차부터 막연합니다.
어디에 접수해야 하는지, 양육권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죠.
실제 이혼 경험자들 역시 “마땅히 조언 구할 곳이 없어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합니다.

A씨는 스물셋 어린 나이에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의 군 복무가 끝나기도 전에 애를 갖게 됐고 결국 혼인신고를 했죠.
하지만 그는 전역하고 나니 헤어지자고 했어요.
아이도 고아원에 보내자고 하면서요.
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혼을 선택해 혼자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제 곧 학교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제 자존심을 다 버리고 아이 아빠에게 연락해 지금이라도 양육비를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양육비 지원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혼할 때 아무 협의 없이 엄마나 아빠 한쪽에서 아이를 키우다
갑자기 상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는 없거든요.
자녀 양육은 부모 모두의 의무이기에 액수와 채무 명의를 처음부터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 소송할 수 있거든요.

법은 이렇지만 아이 아빠와 속을 터놓고 대화하면 어떨까요?
당시 상황이 힘들어 이별을 했지만 이젠 시간이 흘렀으니 아이 아빠도 조금은 어른이 돼 있을 겁니다.
이혼은 ‘현실’입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사소한 잘못과 과실까지 모조리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흔히들 “이혼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전쟁 같다”라고도 얘기하죠.
무조건 참고 사는 것이 능사란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혼 절차와 이후의 결과를 차근히 생각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대의 잘못이 얼마나 크건 진흙탕 싸움의 ‘소송’이 아닌 ‘합의’로 마무리 짓는 것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
내 아이의 부모인 배우자를 향한 최소한의 배려가 되지 않을까요?

글쓴이 류여해씨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 예나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고 이후 국회 법제실의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사법교육원 교수로 재임 중이며 MBN <류여해의 통쾌한 법>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_이충섭 객원기자
우먼센스|2014년 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