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더 슬픈 노인·중장년층..빈곤·삼중고에 '허우적'
연합뉴스 | 입력 2015.05.08. 13:42 | 수정 2015.05.08. 13:44
노인 빈곤율 OECD 1위,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 67.5%
중장년층은 자녀교육·부모부양·본인 노후준비 '3중 부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봉구 방학동에 거주하는 이모(74) 할머니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씨에겐 딸이 둘이나 있지만 다들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여서 최소한의 생계유지는 가능한 이씨지만
"딸들이 다 일하고 있고 평소에도 잘 안 온다.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냐"며
어버이날 홀로 지내는 쓸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처럼 대한민국 대다수 중장년층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와 사회적 관심 부족 속에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돼 있다.
특히 복지제도가 전혀 없었던 사회에서 태어난 65세 이상 노인들은 구조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가 없었고
자식들이 노후를 책임져 줄 것으로 생각해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젊은 40∼50대는 부모를 부양하면서
자식 교육과 본인 노후도 책임져야 하는 삼중의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 대접받지 못하는 노년층…노인 빈곤 최악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에 내놓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만452명의 노인 가운데 67.5%는 노인부부가구(44.5%)나 독거가구(23.0%)에 속해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었다.
노인부부 가구와 독거가구에 속한 비율은 2004년 조사 때의 34.4%와 20.6%에 비해 각각 10.1% 포인트와 2.4% 포인트 늘어났다.
자녀와 물리적으로 따로 떨어져 고립된 노인들은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34개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2007년 15.1%에서 2010년 12.8%로 2.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에서 2011년 47.2%로 오히려 2.6%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보다 3배 이상 높고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치다.
부끄러운 노인 빈곤 실태의 원인은 노년층 대부분이 부동산 말고는 별다른 자산이 없고
이를 실물자산으로 현금화하기 꺼리지만 이마저도 없는 노인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노후 소득을 메우려고 다시 '생계형 취업'에 나서는 노년층의 현실은
55세 이상 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2년 64.7%에 달한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초연금 등을 도입하고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여 사회 보험과 공적부조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노년층의 소득을 충당해주려는 복지제도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 중년층, 부모부양·자식교육에 휘청…정신적 피로감, 자살·우울증으로 분출
노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중장년층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이라는 두 가지 의무 속에서 자신의 사적·공적 노후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저출산고령화 대책 기본방향을 제시하면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20년에 노인세대에 진입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연금가입률은 공적연금 31.8%,
사적연금 15.8%에 불과하다.
부담과 경쟁 심화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피로감은 사회에 자살, 우울증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통계청의 1983∼2011년 사망원인 통계 분석을 보면
40대와 50대 자살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2%에 달했다.
특히 집계가 시작된 1983년 당시 전체 자살의 28%를 차지했던 40∼50대 자살자 비중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며 30%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적응장애' 즉, '화병'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3년 11만명에 달했고
그중 40∼50대 중년층이 가장 많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도 중년층이 삶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사실상 중년층의 노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도적으로 설계될 부분이 많지 않다"며
"은퇴 연령을 최대한 늦추고 노후설계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정책 대안뿐만 아니라 중년층 자신도 노후 준비에 대한 보다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나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가진 자원을 부모, 자녀, 자신에게
어떻게 무리 없이 분배할 것인지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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