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ㆍ외로움ㆍ우울증…불행한 한국의 노년
기사입력 2015-05-08 10:51 | 최종수정 2015-05-08 12:19 933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단칸방에 살고 있던 독거노인 장모(79)씨는
수년전 부인과 사별한 뒤 늘 홀로 지냈다. 다섯명의 자식과도 왕래가 없었다.
하루 한끼 컵라면으로 때우던 그는 설날을 며칠 앞두고 침대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가 숨진 후에도 가족 등 연고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장씨의 통장 잔고는 27원이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3.1%는 우울증상을 앓기도 하는 등
외로운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한 공원에서 한 노인이 쉬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된 독거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난에 허덕이며 외로이 사는 노인들의 증가는 가파른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사회에
또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ㆍ도의 독거노인 수는 올해 기준으로 총 137만9000여명으로, 5년전에 비해 18.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노인 인구(642만9000여명) 대비 독거노인 비율은 20%다.
노인 5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인 셈이다.
서울 독거노인도 18만명을 넘어서면서 고독사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 수는 2035년이 되면 현재의 2.5배 수준인 343만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통계청의 추산이다.
노인에 대한 여러 지표들은 우울한 노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3.1%는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위인 스위스(24.0%)보다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했다.
무연고 사망역시 크게 늘고 있다.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1∼2013 시도별ㆍ연령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279명이었다.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주에도 서울 성북구에 살던 70대 독거노인 최모씨가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최씨 역시 연고자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역할과 함께 공동체의 복원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관계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며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하되 우리 개개인들이 주변과 이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중장년 세대가 노년이 될 때는, 스스로가 노후준비를 함에 있어서 혼자 남는 상황을 대비를 해야할
세대”라면서 “귀향을 하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같이 상호작용을 하며 늙어갈 관계를 만드는 것도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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