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80%는 연차 잘 못 써요"…끙끙 앓는 직장인들 왜?
"평소에 연차 제대로 쓰십니까?"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는 1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의 80.6%는 연차를 다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난 3월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응답자 중 41.5%는 1년 동안 사용한 연차휴가가 '6일 미만'이었습니다. 연차를 두 달에 한 번도 쓰기 어려운 겁니다.
남아 돌아도 쓰지 못하는 연차,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자료사진 제공=연합뉴스〉■ “동료에게 피해 줄까 봐 못 써”
평소 연차를 쓸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직장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직장인 이 모 씨(38·서울 마포구 상암동)는 “업무가 많아서 하루라도 쉬면 일이 금세 쌓인다. 아니면 동료가 내 업무를 대신 해야 하는데, 그게 미안해서 연차를 쓰기가 어렵다. 이전 팀에서는 1년에 연차를 3일밖에 못 썼다”라고 했습니다.
상사의 눈치가 보여 연차를 못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장인 김 모 씨(34·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팀장이 월요일, 금요일에 연차를 못 쓰게 한다. 다른 날 연차를 쓰려고 해도 일찍이 이야기를 해둬야 해서, 가끔 급한 일 때문에 갑자기 연차를 쓰면 눈치가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앞선 직장갑질119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동료의 업무 부담'(28.2%),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16.2%), '본인의 업무과다'(15.1%) 등의 응답이 나왔습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40.6%뿐이었습니다.
■ 고용부 공무원도 연차 절반만 사용
소위 '워라밸' 좋은 직업으로 꼽히는 공무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처 18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연차휴가 평균 미사용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차 미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고용노동부(46.8%)였습니다. 부여받은 연차휴가 중 거의 절반을 못 쓴 겁니다. 중소벤처기업부(39%), 국토교통부(38.6%)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고위직 공무원이 연차를 사용하지 않을수록 8~9급 하위직 공무원들도 주어진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 “연차사용촉진제 때문에 쉬는 날 출근하기도”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사용촉진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연차가 소멸하기 6개월 전과 2개월 전에 근로자에게 남은 연차 일을 알려줘 연차 사용을 유도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근로자가 연차를 쓰지 않으면, 회사는 남은 법정 연차에 대한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35.6%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2017년 기준).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 중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그 효용성에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직장인 김 모 씨(27·서울 중랑구 상봉동)는 “평소에는 업무량이 많아 연차를 쓰기가 어렵다. 근데 연차를 쓰긴 해야 하니까 다들 연말에 몰아서 쓴다. 그래서 연말에는 일부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연차를 썼는데 일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장인 김 모 씨(36·경기 고양시 향동동)는 “수당이 안 나오니 어차피 연차를 써야 했다. 그래서 정말 바쁠 때는 연차를 쓴 날 출근한 적도 있었다. 연차는 연차대로 쓰고 일은 일대로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효신 노무사는 “연차를 낸 근로자가 일을 하는데 회사가 이를 가만히 둔다면, 그날의 연차는 무효가 된다.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한 회사는 연차 당일 근로자에게 일하지 말라는 노무수령거부권을 행사해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사진 제공=연합뉴스〉■ “연차 잘 쓸 수 있는 기업문화 만들어야”
직장인들이 연차를 자유롭게 쓰려면 결국엔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효신 노무사는 “회사 분위기에 따라서 연차를 쉽게 쓰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연차는 근로자의 권리이고, 이를 당당하게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연차사용촉진제 등 관련 제도를 보면 그 취지는 좋은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소규모 민간 기업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결국에는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잘 실행되도록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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