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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또 최하위권... 한국, 눈 떠보니 후진국 [소셜 코리아]

일산백송 2022. 10. 27. 10:03

윤 정부 또 최하위권... 한국, 눈 떠보니 후진국 [소셜 코리아]

박지형입력 2022. 10. 27. 05:18
 
[소셜 코리아] 기후위기 피해 '낮은 곳'에 집중... 탄소 기득권에 맞서 정치 세력화하자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박지형]

 

▲ 포항시 남구 주택가 침수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9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주택가가 침수됐다.  

ⓒ 연합뉴스

 

 
2022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기상재해가 발생했다. 8월 서울시 동작구에는 하루에 381.5mm의 물폭탄이 떨어졌으며, 9월에는 5등급 태풍 힌남노가 초래한 물난리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재해 피해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와 포항의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는 기상재해의 피해가 '낮은 곳'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켰다. 낮은 곳의 피해는 단지 물난리가 저지대에서 발생한다는 물리적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또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계층 사다리의 낮은 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기후 재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여름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을 침수시킨 대홍수를 보면 낮은 곳을 향하는 기후 재난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6월 중순에 시작된 우기 동안 일부 지역에는 평년보다 8배나 많은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었다. 온난화로 인해 파키스탄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몬순이 강해져 강수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몇 달간 지속된 폭우로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5천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3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온실기체 배출량이 미미하지만 홍수 피해를 입었다"라며 "기후변화를 발생시킨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프라바드에서 한 이재민 가족이 가재도구 등을 짊어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역을 지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6월 이후 우기 동안 903명이 홍수와 관련해 사망했고 129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2.8.25
ⓒ 연합뉴스
 

국가 간 온실기체 배출량의 차이에 근거해 기후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 제이슨 히켈의 연구를 보면 파키스탄 정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1850년부터 2015년까지 위험한 수준의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각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책임은 0%에 가까운 반면 미국과 EU 28개국은 각각 40%와 29%를 차지했고, 북반구 선진국 전체의 몫은 92%에 달했다.

신림동의 반지하방과 파키스탄의 침수 피해는 기후 정의가 시대적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보다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기후 재난의 억울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 미흡한 기존안 더 후퇴시켜

 

2021년 8월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가 처음 공개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가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연소와 토지 이용 변화 같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 분명하며, 현재의 대응 노력으로는 파리협정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2.0℃ 기온 증가 억제가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온난화가 2010년도에 벌써 1.1℃에 이르렀으며, 현재의 속도가 지속되면 남은 0.4℃도 조만간 초과하게 된다.

IPCC 보고서에서 산업화 기준 연도로 설정된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를 총 2390Gt(기가톤) 배출했다. 1.5℃ 범위에서 아직 배출해도 되는 남은 이산화탄소량은 2020년 기준 500Gt 정도로 추정된다. 2019년 한 해에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이 45Gt이었으니 기온 증가를 1.5℃로 제한하고자 할 때, 앞으로 2019년 배출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부터 11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빌 게이츠 같은 기술 낙관론자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의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앞으로 배출량 감소 속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배출량을 상쇄시키는 기후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요 국제기구들과 함께 발간한 최신 자료 <유나이티드 인 사이언스(United in Science) 2022>를 보면 기후위기를 제때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의 근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재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국가별로 자발적으로 정한 온실기체 감축 목표(NDC)를 제때 시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100년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3.0℃(평균 2.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파리협정의 2℃와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배출량 저감 목표치를 각각 4배와 7배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시된 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던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파동을 겪으며 기존의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협정은 예정된 실패를 향해 추락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길을 잃은 기후 정책의 대표적 사례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하였으며, 기존의 NDC 목표를 상향하여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기체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주요국의 NDC 목표를 비교해보면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감축량과 실행가능성 차원에서 미흡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아래 그림). EU 등 선진국들의 2030년 배출량 목표치는 현재의 배출량과 2050년 제로 순 배출량을 연결하는 일직선상에 근접하지만, 한국의 목표치는 해당 직선을 크게 벗어나 있다. 2030년 이후 배출량 감축 속도를 올리고 산림이나 탄소포집저장(CCS) 등의 제거 기술을 활용해 줄이지 못한 배출량을 상쇄하겠다고 하지만 실행가능성이 낮은 계획이다.

  주요국의 파리협정 NDC 및 탄소중립 목표 비교(자료 출처: 세계기상기구, United in Science 2022)

ⓒ WMO

   
지난 정부의 NDC 목표가 선진국 수준에서는 미흡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은 기존안도 후퇴시키는 계획이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기존 목표 30.2%에서 21.5%로 줄이는 반면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온실기체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길 잃은 기후 정책

한국이 주요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신규 투자가 최하위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지위를 고착화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선택이다. 또한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결책 없이 원전 발전 비중을 늘린다면 원전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다. 뿐만 아니라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탄소국경세와 RE100이라는 장벽에 막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에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EU의 녹색분류체계에 비해 기준이 낮아서 원전 수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실토할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분명한데 왜 기후 정책은 길을 잃게 된 것인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의 기득권 세력이 올바른 기후 정책의 수립을 방해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보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직후 석유기업에 불리한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텍사스 주지사는 "석유기업 편에서 연방정부와 에너지 전쟁을 불사하겠다"라며 "워싱턴 DC에서 발사된 적대적 공격으로부터 석유 및 가스기업들을 보호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한때 주가 폭락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던 화석연료 기업들은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가디언>은 주요 석유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195개의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기사의 표현대로 석유 기업들은 '탄소 폭탄'을 터뜨려 대재앙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그린피스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9월기후정의행동'이 주최한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이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번 행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기후변화 관련 행사다. 2022.9.24
ⓒ 연합뉴스
 
지난 9월 24일 180여 개의 사회단체가 참가한 '기후정의행진'이 내건 세 가지 슬로건(△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은 기후위기를 불평등 문제와 연관된 체제의 위기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왜 기후위기가 체제의 위기인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탄소 폭탄을 터뜨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석유 기업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신자유주의 체제는 자본 축적의 위기를 노동과 자연의 착취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이 체제는 1%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동시에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를 초래해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촘스키의 말처럼 1%의 엘리트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99%에 대한 '계급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다시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의 하위 90%는 197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7조 달러에 해당하는 부의 손실을 경험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억만장자들의 부는 무려 12배가 증가했다. 이렇게 불평등한 경제 시스템의 지속불가능한 성장 과정에서 초래된 기후위기는 이제 신자유주의적 계급 전쟁의 피해자들을 '기후 프롤레타리아'로 만들고 있다.

 

빙하를 향해 달려가는 타이태닉

 

부단한 자본 축적을 위해 인간과 자연 모두를 희생시키는 자본주의적 무한성장은 이제 경제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과 기후의 안정성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사회-생태적 복합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불평등과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한 21세기 '기후 프롤레타리아'는 인류세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생태적 혁명의 주체로 부상했다.

이러한 사회-생태적 혁명의 첫 걸음은 높은 곳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길을 잃은 기후 정책을 바꾸는 기후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현 체제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훼손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을 환영할 리 없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예상되는 피해를 무릅쓰고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경제성장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타이태닉 현실주의'라 꼬집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라는 타이태닉호를 침몰시킬 수 있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빙산의 존재를 이제 많은 이들이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침몰의 경고를 무시하고 기존 항로를 고수하는 선장에게 항로 변경을 원하는 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 행동은 항로를 선회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다.

물론 개개인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서 스스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치 세력화다. '기후정의행진'의 사례처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이 결집하여 정부의 잘못된 기후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더 강력한 온실기체 감축 전략을 실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대홍수여, 내가 죽은 뒤에 와라"라며 문제를 회피하는 '높은 곳'의 기득권 세력에 제대로 저항하지 않으면, '낮은 곳'의 99%가 고스란히 대홍수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박지형 /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박지형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탄소순환을 연구하는 환경생태학자로 국제학술지 <바이오지오사이언스(Biogeosciences)>의 부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공저자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 등 다양한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저서로 <스피노자의 거미>와 <재난문명: 경제-환경-기후 복합위기와 탈성장 대안>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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