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정부·한국은행, 당장 대비책 세워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레고랜드 발 금융시장 불안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그 해 1월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한보 부도 당시엔 아무도 엄청난 위기가 곧 닥칠 것을 알지 못 했다”고 운을 뗐다. 유 전 의원은 “레고랜드 부도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모른다”며 “(정부가 마련한) 50조원의 긴급 유동성 대책을 화재가 진압된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그러나 지금 금융과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며 “대통령과 정부, 한국은행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악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자금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유 전 의원은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누구를 살릴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고금리와 불황은 대량 부도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IMF 위기 때 겪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모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기업과 금융 도산 사태가 임박할 때 누구를 살릴지 그 기준과 수단을 미리 강구해둬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IMF 위기 때 달러를 빌려준 IMF,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의 강요로 기업, 금융, 노동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가혹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후회를 다시 하지 않도록 이번 위기는 우리 정부 주도 하에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긴급구제냐, 구조조정이냐’ ‘금리를 인상하되 유동성 공급을 어디에 얼마나 할 거냐’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거냐’는 대통령과 정부가 당장 대비책을 세워둬야 할 문제들”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3일에도 SNS에서 레고랜드 발 금융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법원에 GJC 회생을 신청하겠다’는 강원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며 “경제장관들과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히 모여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대책을 발표했지만 금융 불안이 진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과 지급보증, 지방공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에 대해 그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해둬야 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금융시장 전체가 공포에 빠지는 사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이 한국경제 관련 입장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으로서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등을 지내다 정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