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나쁜 이야기

민주당 발칵 뒤집은 尹의 한마디 "민주당 정부땐 안했나"

일산백송 2022. 6. 17. 15:37

민주당 발칵 뒤집은 尹의 한마디 "민주당 정부땐 안했나"

김기정 입력 2022. 06. 17. 15:06 수정 2022. 06. 17. 15:16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 도어스테핑 도중 취재진의 부자감세 관련 질문에 "그럼 하지말까?"라고 웃으며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정부 때는 (전임 정부 수사) 안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형사 사건 수사라고 하는 것은 과거 일을 수사하는 거지, 미래 일을 수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임 정부 관련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란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또 좀 지나고 나면 현 정부 일도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임 정부에 대한 수사가 당연하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으로 정치권에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발언 말미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자꾸 이렇게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반론적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윤석열 정부의 기획된 정치수사”(우상호 비대위원장)라며 비판했다.

야권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경찰의 경기 성남시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수사를 각각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기획ㆍ보복 수사로 규정한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출근길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짜 일반론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하신 말씀이 아니다”며 “전반적으로 수사라는 건 ‘과거에 대한 것’이란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검·경 수사보고, 대통령실 안 올라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 가족 초청 오찬' 참석에 앞서 전사자 명비를 보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 대한 수사 의지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신분이던 지난 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당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수사는 다 시스템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했다. 이어 “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했던 것이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보복한 것이었나”라며 “누가 누구를 보복하나. 그러면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선 한 건 보복인가”라고 했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불법 비리가 있다면 사법 시스템에 따른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과거와 같은 청와대나 정치권의 하명을 통한 청부ㆍ보복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당선 뒤 “대통령실의 ‘사정컨트롤 타워’ 기능을 없애겠다”며 민정수석을 폐지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에 검ㆍ경의 수사 관련 보고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며 “우리도 뉴스를 보고 수사 관련 현안을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與, 한상혁·전현희 거취 압박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에 대해선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앉아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음에 있는 얘기를 툭 터놓고 하겠냐”며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물러났으면 하나’라는 질문엔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신 여권 인사들이 두 사람에 대한 거취압박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방통위ㆍ권익위는) 정부의 핵심 부처”라며 “(두 사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철학에 동의해서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이지,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에 동의해서 그 자리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행정부처의 수장이 누구인가, 대통령 아니겠나”라며 “철학도 맞지 않는 사람 밑에서 왜 자리를 연명하는가. 정치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기를 내세워 버티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 수정구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부자감세’ 지적엔 “文정부 징벌과세 과도”=윤 대통령은 정부의 법인세 감세 방침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을 해나가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지켜줘야 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고, 여러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출근길에 기자들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있다’고 묻자 “그러면 하지 말까”라고 웃으며 반문한 뒤 이같이 내놓은 답이다.

윤 대통령은 “규제 중에서 제일 포괄적이고 센 규제가 세금”이라며 “지난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등이 징벌 과세로 과도하게 됐기 때문에 정상화해서 아무래도 경제가 숨통이 트이게 되면 모두에게 도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중산층ㆍ서민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그분들에게 직접 재정지원이나 복지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중산층과 서민에게 큰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