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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도 '文 사저 시위' 자제 목소리 냈었지만 효과 없었다

일산백송 2022. 6. 17. 08:03

[단독] 대통령실도 '文 사저 시위' 자제 목소리 냈었지만 효과 없었다

입력 2022.06.16 17:30 수정 2022.06.16 19:3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벌어지는 보수 유튜버들의 '욕설 시위'와 관련해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지난달 전달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대로 하면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기에 앞서, 사저 앞 시위를 멈춰 달라는 요청이 시위 주도 세력에 이미 전해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자택 앞 '맞불 시위'로 번진 상황이 보여주듯, 시위 양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대로' 발언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지만, 보수 유튜버들의 '묻지마 시위'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여당 의원→시위대 "자제해 달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경남 양산시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의 시위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안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시위 주도 세력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까운 여당 현역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한 번 나서 달라"고 부탁했고, 부탁을 받은 해당 의원은 책임자를 보내 시위대에 이 같은 자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 40여 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한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현장을 찾아 소음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하며 거친 항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대통령실의 자제 메시지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시위대는 "자제하겠다"고 답했을 뿐 실제로는 더 큰 소리로 집회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가 자제하라고 말하면 더 심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법대로 하자"→서초동 시위로

이런 상황에서 더 기름을 부은 건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었다. 7일 취재진과의 즉석 문답에서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라고 답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통령실은 "집회결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는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진화했지만, 혐오성 시위를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24시간 집회를 하고 있다. 이는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집회·시위의 '맞불 집회'로 이날 오후 2시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매일 방송 차량과 스피커 등을 동원해 집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여기에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서초구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면서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보복 집회가 열리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인근 주민들이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조용한 시위를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 정도다. 가뜩이나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로 관저 이사가 늦어지면서 교통통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이웃 주민들에게 윤 대통령이 더 부채의식을 갖게 만드는 상황인 셈이다.

"바람직하지 않은데... 뭘 할 수 있나"

대통령실 내부에선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갈등을 진화할 만한 뾰족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자제 메시지를 내면 오히려 '맞불 양상'에 불을 붙일 게 뻔한 데다, 윤 대통령의 '원칙론'을 뒤집기도 어렵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대통령이든 현재 시위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