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세상 이야기

[단독] '집무실 보여준다' 개방하는 용산공원..면적 66% 독성 '범벅'

일산백송 2022. 6. 8. 02:28

[단독] '집무실 보여준다' 개방하는 용산공원..면적 66% 독성 '범벅'

김윤주 입력 2022. 06. 07. 22:55 수정 2022. 06. 07. 23:20 
'시범개방' 용산공원 전 구역 환경보고서 입수
10일 시범개방 선보일 구역 모두 비소·납 등 '범벅'
"안전 담보로 한 보여주기식 소통 중단해야"
10일부터 열흘 동안 개방되는 용산공원을 대통령 집무실 남쪽에서 바라본 풍경. 지난해 환경조사 결과, 이 지역 토양에서 독성물질인 비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고, 인근 미군병원 구역의 지하수에서는 기준치의 195배 넘는 농도의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검출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한미군에게서 돌려받아 오는 10일부터 열흘간 시범 개방하는 용산공원의 핵심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남쪽 구역’의 3분의 2 이상이 석유계 총탄화수소(TPH)와 비소 등 독성물질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인 스포츠필드와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주변 용산기지 14번 게이트 쪽의 주한미군 장군 숙소, 대통령 집무실 동쪽 주한미군 숙소 및 학교 구역 등도 오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9월에 공식 개방하는 용산공원 전 구역에서 공원 조성이 가능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검출되면서 성급한 공원 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겨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을 통해 확보한 미군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미군기지 구역 명칭 A4c, A4d, A4e)를 분석해보니, 전체 면적 16만4830㎡ 가운데 66.1%인 10만8920㎡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공원 등 1지역)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대통령 집무실 남쪽에 펼쳐진 구역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볼 수 있고 야구장 등 녹지대, 미군기지 병원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이번 시범 개방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보고서를 보면, 국토교통부가 전망대를 설치하는 야구장(A4d) 구역의 토양에선 독성물질인 비소가 234.86㎎/㎏으로 공원 기준치의 9.4배가 검출됐고, 발암물질인 석유계 총탄화수소는 4436㎎/㎏으로 기준치의 8.9배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잘 관리된 것으로 여겨진 용산 미군병원(A4e)과 그 주변 지역(A4c)의 토양도 석유계 총탄화수소, 벤젠, 크실렌, 구리 등 발암 위험성이 있거나 유해한 화학물질로 오염돼 있었다. 특히 미군병원 구역에서 채취한 지하수에 함유된 석유계 총탄화수소 농도는 지하수 정화기준의 195.4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보고서는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지난해 8월11일 한·미 공동 현장방문조사 뒤, 현장조사를 거쳐 작성됐다.

그래픽 양혜림

용산공원 내 다른 지역도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별도로 확보한 스포츠필드(A1, A2) 환경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 구역의 석유계 총탄화수소는 기준치보다 36배 높은 최대 1만8040㎎/㎏이 검출됐고, 납 5.2배, 수은 3배 등 9개 항목이 오염기준을 초과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에 있는 스포츠필드는 이번 시범 개방에 앞서 정부가 주요 관람 포인트로 내세운 지역으로 앞으로 체육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14번 게이트 쪽 장군 숙소 단지(A4b, A4f) 일대에서 벌어진 토양 조사에서는 석유계 총탄화수소와 크실렌 등이 공원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10일 시범 개방 때 빠졌지만, 9월 개방 때는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주한미군 숙소 및 학교(A4a) 지역에서는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4.8배가 검출됐다. 다이옥신은 표토층에 있어서 인체 노출 가능성이 크고, 인체에 반영구적으로 축적돼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통령 집무실 남쪽 구역을 중심으로 스포츠필드, 장군 숙소 단지를 시범 개방하고, 9월에는 개방 구역을 넓혀 공원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 두 시간 방문 빈도로 위해성 평가를 한 결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인조잔디로 포장하는 등 토양과 인체 접촉을 차단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이정용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위해성 저감 조처를 하면 임시 개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차후 환경오염 정화작업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오염 정화작업은커녕 오염원에 대한 정밀조사도 없이 개방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원으로 개방하는 전 구역에서 오염이 확인된 만큼, 9월 공식 개방 때까지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 원인과 확산 양상에 대한 정밀조사 그리고 오염 정화작업을 벌이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보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용산공원 개방 지역의 심각한 오염이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한 보여주기식 소통을 하고 있다”며 “미군 반환부지에 대해 제대로 된 오염 정화작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남종영 기자 kyj@hani.co.kr

ⓒ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