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이명박 사면” 신념인가 이권인가
- 기자명 정철운 기자
- 입력 2022.03.28 20:00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에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
기회 있을 때마다 ‘MB사면’ 요구한 보수신문, 진짜 이유는
보수신문은 16일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MB사면’을 의제로 올렸다. 동아일보는 15일자 사설 <이명박 사면, 文대통령이 마무리해야>에서 “윤 당선인이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퇴임 하루 전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사면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면서 “퇴임 전 사면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게 새 시대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 주장했다. 이명박씨를 두고선 “만 81세로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16일자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에서 1997년 김영삼 대통령-김대중 당선자 회동에서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논의한 것을 “국민 화해·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신구 권력의 의지와 배려”로 평가한 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MB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도 같은 날 “가장 주목되는 의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며 “초박빙 대선 이후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해 문 대통령이 잇달아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사설에선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생각하는 상당수 국민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사면을 단행하면 국민 통합 취지가 퇴색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회동이 무산되자 동아일보는 17일자 사설에서 “당선인 측은 사면 결정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공개 압박한 건 따지고 보면 언론이었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21일자 칼럼에서 “마지막에라도 문 대통령이 내 편의 지지율보다 역사의 평가를 중시하는 대통령다움을 보였으면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24일자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갑에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품고 다녔다. 그 유서를 볼 때마다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면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건강 상태’를 이유로 사면하면서 열한 살 더 나이가 많은 80대 이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에서 다시 잡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 소식을 전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추가경정예산 문제 등 쟁점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 보도했다. 사면 문제는 어느샌가 언론에 의해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신문은 “여권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만 사면한 채 임기를 마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면’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월2일자 사설에서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것에 무슨 의미를 둘 수 있는지를 국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 여론은 반대 54%, 찬성 37%였다. 이들 신문은 지난해 12월에도 박근혜·이명박씨의 ‘성탄절 특사’ 가능성을 띄웠다.
여론은 지난해 초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한국갤럽의 지난 22일~24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씨 사면은 반대 50%, 찬성 39%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69%가 사면에 찬성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이명박씨 사면 여론은 찬성 39.1%, 반대 53.9%였다. (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보수신문이 MB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2008년 임기 첫해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에 맞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등을 특별사면·복권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횡령 및 세금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고,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은 증여세 44억여 원 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0억 원 판결을 받았으며,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장부 파기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보수신문은 힘을 얻게 되었다.
보수신문이 이명박씨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이처럼 과거에 대한 ‘보은’의 성격도 있겠으나 MB계 인사들이 ‘미래권력’을 갖게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친이계로 200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 출신이고, 장제원 의원도 MB계로 통한다. 김은혜 윤석열 인수위 대변인도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이동관 당선인 특별고문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이다.
그리고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 개정으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했다. 덕분에 2011년 12월1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가 종합편성채널 개국에 성공했다. 때문에 ‘국민 통합’이라는 사면의 명분 뒤에는 이명박정부 시절 ‘사면’과 ‘종편 선물’ 그 이상의 이권과 특혜를 위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담겼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보수정부와 보수신문은 한 몸이다. 특히 이명박은 보수신문에 큰 힘을 줬던 인물”이라며 “MB가 사면·복권돼야 그 세력이 완전히 부활하고 그 세력이 힘을 얻어야 보수신문도 힘을 얻게 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신문은 이권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논평에서 “일부 언론이 340억대 횡령 및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압박하고 나섰다”며 사면 주장 배경에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친이명박계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기에는 ‘2기 이명박 정부’라는 낙인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결국 보수언론이 해결사로 나선 격”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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