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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있어도 뺨 '철썩'..어린이집 교사들 이성 잃는 이유

일산백송 2021. 5. 23. 22:12

CCTV 있어도 뺨 '철썩'..어린이집 교사들 이성 잃는 이유

편광현 입력 2021. 05. 23. 19:03 수정 2021. 05. 23. 19:17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만 2∼3세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음식을 억지로 먹인 혐의로 교사 2명이 입건됐다.

지난 20일에는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아동 29명을 학대한 혐의로 교사 10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은평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편광현 기자

 

이들은 모두 어린이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앞에서 범행을 벌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CTV 설치 의무화 등 수많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 대책이 나왔지만

나쁜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카메라 있는데도 '상습 학대'
아동학대 혐의가 발견된 두 어린이집 CCTV에서는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확인한 은평 국공립어린이집 CCTV에는 4세(2018년생) 반 교사 A씨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음식을 억지로 먹인 모습이 포착됐다.

2개월 치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추가 학대 혐의가 더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20일 서울경찰청 만13세 미만 아동학대전담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지난 3월 울산 동구 모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 부모들이 울산 남구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연 모습. 뉴스1

 

경찰이 확보한 제주도 어린이집 영상에는 아동 29명이 학대당한 정황이 300여 차례나 발견됐다고 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밥을 먹는 도중 식판을 빼앗거나 잘못했다는 이유로 벽을 보고 있게 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한 이 어린이집 교사들 역시 CCTV가 작동 중인 것을 알면서도

원생의 배와 뺨을 때리고 바닥에 쓰러진 원아를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 "CCTV 만능 아냐"
아동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아동학대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동학대가 일어난 은평구 어린이집 앞에서 지난 19일 만난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뉴스에서도 문제 제기가 많이 됐고, CCTV도 촬영 중이었다"며

"그런데도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지난 7월에도 학대 소문이 있었지만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흘려들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 2015년 어린이집은 반드시 CCTV를 설치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보호자는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

지난 20일에는 학부모가 CCTV를 열람할 때 과도한 비용을 치르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5년 이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 2015년 432건에서 2019년 137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3월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대처법 교육을 받는 아이들. 연합뉴스



"돌봄의 사회적 가치 높여야"
전문가들은 "CCTV와 같은 감시가 늘었지만, 교사의 업무환경이 열악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인 이명숙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채찍질만 하기 때문"이라며 "CCTV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다가도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문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전 위원장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교사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존중해준다면 자연스레 아동학대가 줄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곽 원장은 이어 "대부분 보육교사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CCTV로 감시받는 기분까지 이겨내면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의 사회적 가치가 낮아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보육 현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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