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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女고객 술자리에 부른 지점장, 고객 돈 횡령한 창구 직원..은행원 왜 이러나

일산백송 2021. 5. 23. 22:09

[단독] 女고객 술자리에 부른 지점장, 고객 돈 횡령한 창구 직원..은행원 왜 이러나

김유신 입력 2021. 05. 23. 17:27 수정 2021. 05. 23. 20:18 

 

윤창현 의원실 자료 분석
5년간 윤리위반 243건
고객 술자리로 부르고
고객돈 내 돈처럼 '꿀꺽'
신뢰로 유지되는 은행
보다 높은 윤리 수준 요구

A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현금을 관리하는 김 모씨는 올해 초 업무 마감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5만원권이 100장 묶음으로 있어야 할 현금다발에서 현금이 2~3장씩 비어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경위를 추적하던 김씨는 이 영업점 한 창구에서 넘어온 돈다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즉시 감사실에 보고했다.

조사 결과 해당 창구 직원이 돈다발에서 일부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직원에게는 즉시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고,

시재금 횡령은 액수에 관계없이 해직 대상이 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해직됐다.

은행권 직원들의 비도덕적 행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아래 직원을 성희롱·성추행한 직원부터 거래처에서 금품을 받고 대출을 해준 직원까지 사례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신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산업인 만큼 직원들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국책은행 2곳(IBK기업·KDB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 1월~2021년 3월) 은행 직원들이 윤리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건수는 총 24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은행원의 비윤리 행위는 성희롱·성추행 등 성비위였다.

이는 전체 윤리강령 위반 중 28%(69건)를 차지했다.

B시중은행에서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아래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직원은 굴욕감을 느꼈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주변 동료에게만 해당 사실을 알렸고

동료가 피해 사실을 신고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혀

가해자에게는 정직 1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C시중은행에서는 올해 초 한 지점장이 여성 고객을 사적인 자리에 불러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것이 적발돼

면직 처리되기도 했다.

D시중은행에서는 2018년 한 직원이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투자에만 몰두하고

업무에 충실히 임하지 않아 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은행원의 비윤리적 행위는 시중은행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E국책은행에서는 올해 1분기에만 윤리강령 위반 행위 6건이 적발됐다.

한 직원은 은행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면직 처리됐다.

또 다른 직원은 동료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인사위에 회부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

반면 은행 직원이 금품을 받거나 부당하게 대출을 내주는 행위는 최근에는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시스템이 고도화되며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 부적절하게 대출을 하는 행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추행 또는 폭언·폭행은 지위의 상하관계를 두고 발생할 수 있어 신고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시중은행은 지난해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피해자 요청에 따라 사건 처리 과정은 물론 사후까지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절 접촉이 없도록 업무에서 분리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직원 윤리강령에 고객·주주·임직원이 지켜야 할 윤리지침을 구체화하고 매년 초 전 직원이 이를 상기하도록 하고 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고, 설사 비윤리적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징계 조치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국민들은 신뢰 자본으로 유지되는 은행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경영진은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감사와 일벌백계를 내리는 것과 함께 잘한 일에 대해서는 긍지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보상책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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