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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이야기

"너한테서 냄새나" 사장실로 들어간 직원이 당한 모욕

일산백송 2021. 5. 10. 09:52

"너한테서 냄새나" 사장실로 들어간 직원이 당한 모욕

박점규 입력 2021. 05. 10. 07:45 

 

[박점규의 갑질만상] 직장인들은 회사의 갑질에 한 번, 근로감독관 갑질에 두 번 운다

[박점규 기자]

 

규현(가명)씨가 다니는 회사는 매일 살얼음판이었습니다.

회사 대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늘 고성을 질렀습니다.

직원이 실수하거나 사장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모두가 있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면박을 줬습니다.

호출한 직원이 필기도구를 챙기느라 조금 늦었다고 난리를 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오픈형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대표의 고성을 들었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대표는 직원을 하인 부리듯 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남녀 직원들을 모두 불러내 이삿짐을 나르는 강제노역도 시켰습니다.

법인카드로 점심에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바로 전화를 해 왜 비싼 음식을 먹었느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수백 장의 개인 CD를 MP3 파일로 변환시키라고도 했습니다.

대표가 인터넷 쇼핑으로 산 개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원을 시켜 반품하라고도 했습니다.

직원을 '시다바리'로 부려먹었습니다.

직원들이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은 대표가 냄새에 예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향수를 쓰지 못하게 하고, 향이 강한 헤어 제품이나 진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면 다른 걸로 바꾸라고

종용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옷에 밴 찌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섬유탈취제를 뿌리면 뿌리지 말라고 면박을 줬습니다.

대표는 한 직원에게 "당신에게서 냄새가 난다. 수건을 가져와 보라"라고 명령하고, 가져온 수건을 직원들에게 주면서

돌려가며 냄새를 맡아보라 했습니다. 결국 그 직원은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입바른 소리를 한 직원은 악질적으로 괴롭혀 스스로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대표는 규현씨가 업무보고를 하러 가면 무슨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본인 방에 데려가 제자리에서 돌게 한 다음 페브리즈를 뿌리기까지 했습니다.

입 냄새가 난다고 치약을 주면서 양치를 하고 오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인격모독이라고 느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 참았습니다.

지난 12월 규현씨가 업무 보고를 하러 갔습니다.

대표는 향수를 뿌렸냐고 물었고, 향수를 쓰지 않는다고 하니까 "세제나 섬유유연제 냄새냐?"라고 되물었습니다.

대표는 "와이프에게 섬유유연제를 바꾸라고 말하면 안 되나"라고 했습니다.

규현씨는 대표의 말이 도가 너무 지나친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랬더니 대표는 "사람이 좋게 이야기하면 알아들어야지. 계속 그렇게 살아"라고 화를 냈습니다.

규현씨는 여러 직원들이 다 듣는 공간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대표는 규현씨 직속 부하 직원을 불러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대표는 앞으로도 부하 직원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겠다고 했습니다.

섬유유연제를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규현씨는 아내와 상의해 섬유유연제를 바꾸고, 대표에게 확인받기 위해 회사에 샘플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대표는 빈정이 상했다면서 규현씨를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이사를 통해 앞으로도 부하 직원 통해 업무지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표는 다른 임원들에게도 규현씨에게 직접 지시하지 말고, 부하 직원을 통해 일을 시키라고 했습니다.

규현씨에게 극한 수모를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사는 규현씨에게 "사장님이 향수 냄새를 얘기했을 때 아, 예, 알겠습니다, 제가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대답을 원했는데 이번에는 약간 좀 달랐다는 그런 거지. 그래 갖고 빈정이 좀 상했다"라며

"사장님이 규현씨가 나가더라도 잡지는 않겠다는 그런 생각인 것 같아"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만두라는 것이었습니다.

규현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지난 1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퇴사 전에 신고하게 되면 2차 가해가 벌어질까 두려워 민원을 취소했습니다.

그는 퇴사한 후 지난 3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표를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대표님이 직원에게 일을 주지 않고 책상에 가만히 앉혀놓았던 일도 있었고, 부당한 지시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제 냄새를 맡기 싫어서 저를 안 부르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상사에게까지 저를 직접 부르지 말고 부하 직원 통해서 업무지시를 하라고 시키는 걸 과연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저런 행위가 직장인 괴롭힘 아니면 도대체 어떤 것이 괴롭힘입니까?

 
규현씨는 너무 억울해 주변 동료와 퇴사한 직원들에게 증언을 다수 받아 직장 내 괴롭힘 재진정을 했습니다.
 

이런 악행을 해 온 대표가 (직원들을) 괴롭힌 게 아니라면 앞으로도 대표는 분명히 이런 행위를 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해 악용할 겁니다. 이런 게 직장인 괴롭힘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고 사건을 다시 조사해주시기 바랍니다.

 

  직장 내 괴롭힘·갑질(이태호 제작)

ⓒ 연합뉴스

 
근로감독관 태도에 두 번 우는 직장인들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상처받은 직장인들이 근로감독관들의 태도에 두 번 상처받고 있습니다. 올해 1~4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858건 중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는 92건(10.7%)이었습니다. 제보 유형별로 보면 ① 노골적으로 회사 편들기 ② 신고 취하 및 합의 종용 ③ 무성의 및 무시 ④ 시간 끌기 등이었습니다.
 

시간 외 수당, 연차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온갖 수당을 다 집어넣어 초과근무 해도 수당을 주지 않습니다. 정식직원 채용 공고 후 3개월, 6개월, 10개월 등 꼼수 계약을 합니다. 경력도 없는 병원장 가족들이 고액의 월급을 챙겨갑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괴롭혀서 퇴사시킵니다.

퇴사한 직원과 현직 직원들이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사업장 근로감독을 요구해도 근로감독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근로감독관이 나서서 적당한 선에서 중재하고 합의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처벌도 받지 않고 금전적으로 적당한 선에서 지불하는 이익을 경험한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을 무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노동부에서 실사나 점검을 나와도 제대로 된 자료를 주지 않고 가공, 누락된 자료 제출을 지시합니다. 근로감독 시 전 직원 익명 설문조사를 하면 되는데ㅠㅠ (2021년 3월)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 얼추 계산도 해보고 몇 가지 있었던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고용노동청 무료 상담도 받아보았지만 펜대를 돌리며 '계산 방법은 인터넷 찾아보시면 나와 있으니 하시면 된다. 우리가 하나하나 계산해 줄 수 없다'라는 답만 들었고 저는 그분들에겐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상담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입을 닫고 집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1년 3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코로나19와 직장갑질 때문에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조가 없는 87% 직장인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노동청입니다.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나오는 조장풍은 아니더라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직장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근로감독관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찾아간 근로감독관은 51년 전 전태일이 찾아간 감독관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골적으로 회사 편을 들고, 막말을 해서 직장인들 가슴에 상처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어서 찾아갔는데,

잡상인 취급하듯 귀찮아합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회사의 갑질에 한 번 울고, 근로감독관 갑질에 두 번 웁니다.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10월 14일부터 시행돼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제보와 같이 근로감독관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회사는 권력 그 자체이고, 사장은 권력의 최상위에 있습니다.

부당하고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사장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몰지각한 근로감독관들이 사장과 직원이 대등하다는 착각으로 사장의 갑질과 불법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달라져야 합니다. 근로감독관에 대한 교육과 업무처리 감독을 철저히 해 근로감독관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합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를 일삼는 감독관들을 엄벌해야 합니다.

근로감독관이 노골적으로 회사 편을 들거나 막말을 한다면, 녹음해서 증거자료를 모으고, 국민신문고에 소극 행정이라며 신고하면 됩니다.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을 내리지 않으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신고 내용에 대해 서면으로 신고인에게 답변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또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진심 노동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근로감독관이 그냥 포기해라, 받지 못할 거다, 돈을 다 안 주고 일부만 준다고 하면 그냥 그거 받고 끝내라,
아예 못 받는 것보단 낫지 않냐 하셔서, 정당하게 일한 것만 받겠다고 하고 그마저 최저임금인데 왜 못 받느냐고 거절했습니다. 저희는 정당하게 노동을 한 돈을 받겠다고 한 노동자인데, 여기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는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하니, '누가 그러느냐, 여기는 노동자를 위한 데가 아니다. 잘못 알고 오셨네요'라고 하셨습니다. (2021년 4월)

덧붙이는 글 | 박점규 기자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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