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숨진채 발견된 원장..맘카페 '딱밤' 글이 비극 불렀나
최대호 기자 입력 2021. 05. 09. 14:18 수정 2021. 05. 09. 14:34
보름간 자녀 등원시킨 학부모가 맘카페에 학대 의심글 게시
숨진 원장 지인 "위험 막으려 다리 '톡톡' 두드린 게 학대냐"
학부모 B씨가 맘카페에 게시한 아동학대 의심글. © 뉴스1
(화성=뉴스1) 최대호 기자 = 어린이날 경기 화성시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40대 어린이집 원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맘카페 거짓 게시글이 비극을 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경찰과 동탄신도시 주민 등에 따르면 A원장이 숨진 채 발견되기 약 5시간 전인 지난 5일 오전 8시48분에
동탄지역 최대 온라인 카페인 '동탄맘들 모여라(회원수 27만9500여명)'에 글이 하나 게시됐다.
'어린이집 학대 신고하였습니다'는 제목의 글로, A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관한 내용이었다.
게시자는 지난달 중순께부터 말까지 보름가량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켰던 학부모 B씨였다.
B씨는 게시글을 통해 '아이 몸에 손톱 긁힌 자국이 생긴 채 하원했다'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는 말을 한다' '상황이 의심스러워 어린이집 CCTV를 봤는데, 원장이 넘어지는 아이를 방치하고, 선반 위에 오르는 아이의 발과 다리에 딱밤을 때렸다' 등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게시글은 삽시간에 조횟수 5000건을 넘기는 등 이슈가 됐다.
B씨는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다른 학부모들의 SNS를 찾아내 '학대 의심 사례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원장은 B씨의 아동학대 의심 발언과 맘카페 댓글 등에 큰 상처를 받았고,
주변인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B씨를 찾아가 글을 내려달라고 사정했지만 모욕감을 느낀 채 발길을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원장의 지인들은 "아이가 자꾸 위험한 곳에 오르려 하니까 제지하려 발을 톡톡 두드리며 경각심을 준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학대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속 선반에 오르던 아이는 B씨의 자녀가 아닌데 B씨는 마치 자신의 자녀인 것처럼 글을 썼다"며
"정작 영상 속 아이의 부모는 학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도리어 A원장을 위해 탄원서까지 작성해 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B씨는 A원장 사망 소식이 언론에 의해 알려지자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카페를 탈퇴했다.
한편 A원장은 지난 5일 오후 2시40분쯤 화성시 한 저수지 주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서는 A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흔적이 있었다.
A원장의 10대·20대 자녀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발인식을 통해 어머니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A원장의 배우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너무 힘들다. 더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고인은 이미 떠났다.
아이들 케어하는데 집중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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