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딩 입히고 침 뱉고… ‘수난의 소녀상’ [이슈픽]
입력 :2021-04-23 17:29ㅣ 수정 : 2021-04-23 17:45
▲ 서울 강동구청 앞 잔디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 브랜드 패딩이 걸쳐져있다. 강동구 평화의 소녀상 보존 시민위원회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 브랜드 패딩을 입히고 간 남성이 붙잡혔다.
평화의 소녀상이 수난을 겪는 일이 반복되지만 마땅한 처벌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23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월 22일쯤 강동구청 앞 잔디밭에 놓인 소녀상에 일제 패딩을 입히는 한편 동상 옆에 낡고 흙이 묻은 같은 브랜드 신발과 가방 등을 놓은 인물로 남성 A씨를 특정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붙잡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패딩을 입힌 것은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일본을 모욕하려는 뜻이었다.
운동화 등을 놓은 행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 측은 A씨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고 보고 고발을 취하하기로 하고, 소녀상 건립에 모금한 시민 등에게 동의 여부를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상이 수난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부 극우 시민들이 쓰레기를 매달고 이승만 등 전직 대통령 흉상을 바로 옆에 세우려 하기도 했고,
누군가 ‘박정희’라고 적힌 노란 천과 염주 등이 걸린 지팡이를 던져 놓고 가기도 했다.
▲ A씨 등 3명은 24일 오후 3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할머니들 앞에서 일제히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사라졌던 남성은
“자물쇠를 풀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자전거를 소녀상에 자물쇠로 묶어둔 것이 소녀상 자체를 훼손했거나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명백하게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녀상에 침을 뱉고 조롱한 청년들은 논란이 되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 사죄했다.
20∼30대 남성 3명은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할머니들 앞에서 일제히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이옥선 할머니는 “그게(소녀상) 길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추우면 목도리를 하나 갖다줬나,
여름에 뜨거우면 모자를 하나 씌워줬나”며
“가만히 앉아있는데 침 뱉기는 왜 침 뱉어”라고 이들을 꾸짖었지만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라며 이들을 용서했다.
경찰은 침을 뱉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조형물에 해당하지만,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별도의 관리 주체에 의해 유지·보수되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가
소녀상 관리 주체, 나아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거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자행한 일본 극우 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 2019년 8월 14일 소녀상을 어루만지는 이용수 할머니의 모습. 서울신문DB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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