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가 당한 '췌장파열'…의사들 "車충격 때나 발생"

정인이가 당한 '췌장파열'…의사들 "車충격 때나 발생"

등록 2021-01-08 09:01:00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망…췌장절단 등 원인
다른 사건들 "중장비·흉기로 인해 췌장 손상"
"차 사고 충격과 비슷한 정도" 부검의 진술
"살인으로 엄벌해야" 주장 계속 나오는 이유

 

[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2021.01.0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사망 원인과 유사한 췌장 파열 사건의 경우 매우 강한 외력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취지의 부검의 진술이 담긴 판례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외에도 판례들을 분석한 결과 췌장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중상해를 입힌 경우 흉기, 중장비 등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뉴시스가 대법원 판례 검색시스템을 통해 복수의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정인이와 유사한 이유로 숨을 거둔 이들은 흉기 및 중장비로 인한 강한 외력으로 사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단독 정희철 판사는 지난해 6월1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6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굴삭기 기사 A씨는 2018년 12월18일 오후 4시31분께 수도배관공사 중 굴삭기 암 실린더 바켓으로 B씨의 복부와 허리를 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같은날 오후 6시55분께 간과 위 일부 파열, 췌장 절단 및 췌장 주위 후복막 파열, 오른 갈비뼈 골절 및 출혈 등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인이와 유사하게 췌장의 손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때는 '굴삭기'라는 중장비가 동원된 것이다.

제주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살인, 특수중상해, 사기, 상해, 특수폭행 혐의를 받는 C씨에게 징역 30년을 지난 2019년 8월14일 선고했다.

C씨는 2018년 6월2일 D씨 거주지로 찾아가 얼굴, 몸통 등을 수회 때리고, 배를 수회 힘껏 밟아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D씨는 췌장 파열과 이로 인한 복강 내 대량 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의는 당시 재판에서 "췌장은 늑골의 바로 아래쪽 상복부 좌측에 있는 장기로서 그 위에 장과 장간막 등 쿠션 역할을 하는 다른 장기들에 덮여 있다"며 "일반적인 싸움에서 체중을 싣지 않는 주먹 정도의 힘으로는 파열이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2021.01.06. dahora83@newsis.com

 

그러면서 "자동차 정면충돌로 밀려들어오는 운전대가 운전자에게 가하는 정도이거나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발로 아주 세게 밟는 정도의 외력이 있어야 파열된다"고 했다.

췌장 파열을 위해서는 일정 강도 이상의 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때론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힐 경우에도 췌장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지난 2019년 6월8일 살인 혐의를 받는 E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위치추적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F씨의 외도를 의심한 E씨는 지난 2019년 1월6일 새벽 흉기로 E씨의 가슴, 등, 허리 부분을 수십회 찌른 혐의를 받았다. F씨는 심낭 및 심실 부의의 자창, 폐, 간, 위, 췌장 부위의 자창 등 다발성 자창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이와 같이 췌장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흉기를 이용한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가 파악된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지난 2017년 12월1일 살인미수 혐의로 G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G씨는 2017년 8월7일 자신의 부인 H씨가 선술집에서 알게된 남성과 수회 통화했다며 흉기로 복부를 찌른 혐의를 받았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한부모단체 및 아동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1.01.07. radiohead@newsis.com

 

H씨는 이로 인해 간 열상, 췌장 손상 등 중상해를 입었다. 다행히 숨을 거두진 않았다.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10월13일 당시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이 발생하고, 췌장이 절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주민은 수사기관에서 당시 '쿵 소리가 들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장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지난해 12월8일 정인이의 입양모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입양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 등을 기소한 이후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하는 등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장씨 등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