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좋은 이야기

'항일대부' 최재형 손자 "역사가 내던진 후손, 이제 국적획득 감격"

일산백송 2019. 2. 27. 15:40

뉴스1

'항일대부' 최재형 손자 "역사가 내던진 후손, 이제 국적획득 감격"

손인해 기자 입력 2019.02.27. 15:16 수정 2019.02.27. 15:17

 

최발렌틴 "조부, 교육강조..마을마다 학교 세우려 노력"

27일 독립유공자 후손 39명 대한민국 국적 받아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최발렌틴 러시아 독립유공자후손협회장이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역사가 우리를 멀리 던졌지만 오늘은 제가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습니다. 이런 날이 제 인생에 올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서 항일운동을 이끈 최재형 선생(1860~1920)의 손자이자 러시아 독립유공자후손 협회장인 최 발렌틴 옹(81)의 목소리가 감격에 떨렸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 평생을 교육에 힘썼던 항일운동가 최재형. 최재형 선생이 1920년 4월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일본군의 총격을 받고 순국한 지 18년 만에 태어난 최옹은 할아버지를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기억한다.

 

함경북도 경원에서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일제의 탄압을 피해 연해주로 이주한 최재형 선생은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성공해 한인들의 '대부'가 되었다. 노력으로 일군 부를 토대로 폐간됐던 '대동공보'를 재발행하고 얀치혜에 조선인 학교를 세웠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계획을 지원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본부를 둔 '독립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최옹을 만났다. 이날 법무부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19명의 후손 39명에게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다음은 최씨와 일문일답.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기쁜 날이고 큰 영광이다. 평생 러시아에 살아 국적은 러시아지만 할아버지가 우리 한국의 광복을 위해 생명까지 바치신 걸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나라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한국 국적이 됐으니 자랑스럽게 받겠다.

 

-할아버지에 대해 기억하는 게 있으신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18년 후에 태어났다. 직접 기억나는 건 없지만 아버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

 

▶할아버지는 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나라를 세우고 민족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마을마다 꼭 학교를 세워야 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셨다. 한번은 어떤 젊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너무 지쳐서 더이상 못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포기하고 나가려고 한 거다. 할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렇게 조그만 아이들도 가르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가를 되찾으려고 하냐는 꾸짖음이었다. 그 선생님은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잘 가르쳤다.

 

-안고 계신 사진은 어떤 건가.

 

▶러시아 독립유공자후손 협회에 모인 후손들이다. 러시아가 워낙 넓다 보니 다 모이기 힘들지만 150명의 사진을 모았고, 참석자들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촬영한 사진이다. 러시아에선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자신들의 할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다음 세대에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최발렌틴 러시아 독립유공자후손협회장이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조태형 기자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