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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미 '유서 작성' 권고에도..방북 여행객 '밀물' 예고

일산백송 2018. 6. 3. 14:47

세계일보

[특파원+] 미 '유서 작성' 권고에도..방북 여행객 '밀물' 예고

국기연 입력 2018.06.03. 13:08 수정 2018.06.03. 13:12

 

미국 국무부가 올해 1월 여행 금지 대상국인 북한을 방문하려면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고, 장례 절차도 준비해 놓으라고 미국인에게 섬뜩한 경고장을 보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월 10일 자로 발령한 북한 여행에 관한 경고문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려는 미국인은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를 타고, 미지의 세계인 북한을 방문하려는 해외 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북한을 방문하는 여행객의 대부분이 중국을 경유해 북한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린성의 여행 담당 당국자는 2017년에 지린성을 경유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이 2만 명가량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그 숫자가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남북한 지도자가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면서 오랜 기간 계속된 대결 종식을 모색하고 있어 보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개방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일부 여행객은 북한이 실제로 개방을 하기 전에 북한에 가보려고 한다”면서 “북한 관광 여행사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북·중 접경 지역에 있는 중국 여행사들이 본격적으로 북한 관광을 선전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에서 김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한반도 해빙 무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약 80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에 북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현재 시행 중인 중대한 제재가 있고, 준비된 것이 수백 개가 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깨질 때까지는 준비된 신규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기존 제재를 해제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말이 더는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2일 “트럼프가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더는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과 러시아의 선박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북한 보안 당국에 체포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웜비어는 억류 17개월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6일만에 숨졌다.이미지 크게 보기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북한 보안 당국에 체포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웜비어는 억류 17개월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6일만에 숨졌다.

 

◆미 국무부의 경고

미 국무부는 아직 북한을 여행 금지 대상국에서 해제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인이 북한 방문을 하면 체포 또는 장기 구금의 중대한 위험이 있으니 북한을 방문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인은 북한 방문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으나 제한된 범위에서 국무부가 극도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특별 확인증’ (special validation)을 발급해서 북한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북한 방문을 위해 특별 확인증을 받은 미국인은 유서를 미리 작성하고, 적절한 (생명) 보험 수혜자 또는 법적 권한을 양도하는 위임자를 지명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국무부는 또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보육 및 양육 문제, 반려동물, 재산, 소유물, 수집품이나 예술품 등의 비유동성 자산, 장례 절차 등에 관해 미리 협의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돼 있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풀려나 사망하자 지난해 9월 북한을 여행 금지 대상국으로 지정했고, 11월에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