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결혼 이야기

여성이 주례하면 안 되나요?

일산백송 2016. 3. 26. 11:06

여성이 주례하면 안 되나요?
머니투데이 | 한보경 기자 | 입력 2016.03.26. 06:15 | 수정 2016.03.26. 07:53

결혼주례협회 주례 100명 중 여성 2명뿐…가부장적 문화·서양 종교혼 영향 등

지난 20일 가수 육중완씨의 결혼식에서 가요계 선배 양희은씨가 주례를 보며 여성주례로 화제를 모았다. 

당사자인 양씨는 육중완씨의 주례 제안을 자리에서 흔쾌히 승락했다고 하지만
여성 주례를 찾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25일 결혼주례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주례 100명 가운데 여성은 2명 뿐이다. 

대한주례협회엔 주례 20여명 모두 남자다. 

협회에서 활발히 주례 보는 남성이 1주일에 4~5건 주례를 하는 데 비하면 

여성주례자는 1년에 1~2건을 할까 말까라고 한다.


결혼식./사진=뉴스1(news1.kr)

결혼식./사진=뉴스1(news1.kr)


신랑·신부에게 조언을 할 만한 어른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개선된 시대에서 유독 결혼만큼은 변화가 느리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성균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이 주례를 보는 일이 적다보니, 여성주례를 떠올리거나 선택하는게 쉽지 않다"며 

"부모 등 기성세대의 인식도 여성 주례 선택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서양식 결혼풍습이 들어오면서 남성 주례가 굳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서양에선 성직자의 주례 없는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성직자가 남성이었던 만큼, '주례=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김두년 중원대학교 법무법학과 교수는 "원래 전통혼례에선 집사가 결혼식을 주관했고 주례는 없었다"며 

"주례를 두는 건 서구식이지만 현재 결혼식을 종교혼으로 보긴 힘들기 때문에 여성 주례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육중완씨의 주례를 본 양희은씨는 

"가정에서 희생하고 인내하는 여성의 주례사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풍습이 많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며 

"주례 없이 양가 부모님이 편지를 써 낭송하거나 시를 읽는 결혼식도 인상 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결혼주례협회장은 

"최근 한 여성 주례 결혼식에 가보니 남성이 주례를 보는 것보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며 

"평범한 남성 주례에 비해, 여성 주례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경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 일변도인 주례 문화를 비롯, 획일화된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이 주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주위에서도 몇 번 봤다"며 

"빈도 수는 적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결혼할 때 주례를 구하는 문제로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다"며 

"사회가 변한 만큼 주례의 성별을 포함해 틀에 박힌 결혼 형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보경 기자 iamhangij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