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정한 보혐료, 평생 내면 된다고?
요즘 보험사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에 접수되는 금융 관련 소비자 민원 중에는 보험 관련 불만이 여전히 가장 많다. 보험 민원이 줄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보험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가급적 진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소비자에게 큰 이익이 되는 정보라고 해도 말이다. 보험 문맹(文盲)이 호환(虎患), 마마보다 무서운 시대다.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 할 보험의 진실 4가지를 소개한다.
▲ 일러스트 양인성기자 in77@chosun.com
◆ 당신만 모르는 자동갱신의 허점
2~3년 전부터 손해보험사들은 3~5년 자동갱신형 상품으로 좌판을 바꾸고 있다. 자동갱신이란, 처음 가입할 때의 특약 보험료가 보험 만기 때까지 적용되는 게 아니라, 3~5년 후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보험사들이 미래에 발생할 보험금 지급 리스크를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리스크 일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3~5년 후에 나이가 들고 물가도 올라 가만히 있어도 보험료가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또 보험사가 갱신 시점에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가령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누계 의료비 지급 급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입원 일당으로(입원 관련 위로금) 1000만원 이상 지급되면, 갱신을 거절한다.
◆ 보험사만 배 불리는 중복 가입
보험 지식이 얕은 소비자들은 손해보험을 여러 개 들어 두면 나중에 보험금도 많이 받겠지 생각하고 이것저것 무작정 가입한다. 하지만 손해보험 실손보장형 상품은 가입자의 치료비 등 고객이 실제로 손해를 본 피해액만큼만 보험사들이 지급한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가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해서 보험료를 이중삼중 내더라도, 보험금은 각 보험사들이 나눠서(비례보상) 지급한다. 똑같은 옷을 여러 벌 사면 결국 옷 가게 주인에게만 좋은 일 하는 꼴이다.
손보사들은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이 똑같은 옷을 샀는지 어떤지 따로 챙기지 않는다. 보험료는 이중 부담하면서 보상은 비례보상으로 받는다면 결국 소비자 손해다.
◆ 교통사고, 특히 못 받은 보험금 많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보험사에서 내주는 대로 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들은 보상 내용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당연히 줘야 할 보험금을 일부러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금융감독원에서 이 같은 보험사 횡포에 쐐기를 박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긴 하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가 보험금을 제대로 받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관련 누락 보험금이 많은 항목은 ?대차료(수리 시 최대 30일 한도 렌트비, 렌트하지 않으면 해당 차종 렌트비의 20%), ?차량 교환 비용(사고 자동차를 폐차 처리하고 새 차 구매 시 취득·등록세, 인지대 등 지급), ?시세 하락 손해(출고 2년 이하 차량 중 중고차 시세의 20% 넘는 수리비가 나오면 수리비의 10~15% 보상) 등이 꼽힌다.
◆ 약관의 거짓말
보험에 가입하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마치 보험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팔지만, 정작 보상이 필요할 때 보험금을 내주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흔히 보험 약관에 빠져 있는 항목이라 보상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 질병 중 하나인 뇌경색에 대해 보장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뇌경색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상당수 생보사들이 뇌경색을 보상(진단금) 항목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약관에 뇌 질환을 보장한다고 나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깨알 같은 글씨로 ‘뇌출혈’만 해당된다고 적어 놓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집안에 뇌와 관련된 병력(病歷)이 있다면, 뇌 경색 보장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게 이득이다. 잘 찾아보면 일부 보험사들이 뇌출혈과 뇌경색을 모두 보장해 주는 상품을 팔고 있다.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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