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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결혼계·출산계…'삼포세대' 2030 契모임 번진다

일산백송 2015. 4. 17. 14:42

결혼계·출산계…'삼포세대' 2030 契모임 번진다
문화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5-04-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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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결혼·내집마련 목돈 부담 탓
인생大事 앞두고 부담 줄여… 친구들끼리 십시일반 모아

오는 6월 출산을 앞둔 결혼 2년 차 예비엄마 차모(33) 씨는 

지난주 자신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친구들과 함께 부어온 ‘출산계’ 500만 원을 탔다. 

아이를 낳게 되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소득이 줄고 육아용품 지출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결혼 뒤 친구들과 매달 5만 원씩 계를 시작했는데, 

이번 달에 출산을 앞두고 휴가를 내면서 첫 번째로 곗돈을 탄 것이다.

차 씨는 “서른 살이 넘은 뒤 친구들끼리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을 토로하다 

계를 시작하게 됐다”며 “돈 걱정에 아이도 낳지 못하는 사회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돕는 장치라도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모두 공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감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 ‘삼포세대’라 불리는 20∼30대 사이에서 

과거 장년·노년층의 목돈 마련 수단이었던 ‘계(契)’가 부활하고 있다. 

출산계, 결혼계, 내집마련계 등 큰돈이 들어가는 인생 대사(大事)를 앞두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비하는 것이다.

미혼 직장인 심모(29) 씨도 벌써 두 개의 ‘결혼계’를 하고 있다. 

고향 친구들과 매달 5만 원씩, 대학 동기들과 매달 5만 원씩 돈을 붓고 결혼할 때 곗돈을 타는 구조다. 

심 씨는 “결혼을 하면 계 모임당 400만∼500만 원을 받게 되는데, 

이미 계를 타서 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곗돈으로 인해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기혼인 직장 동료들끼리 ‘내집마련계’를 만들기도 한다. 입사 3년 차 기혼 직장인 김모(30) 씨는 

회사 입사 동기들끼리 내 집 마련 계모임을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김 씨는 “현재까지는 4명이 참여해 매달 7만 원씩 붓는 계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렇게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평생 내 집 하나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결혼과 내 집 마련, 출산 등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정부만 쳐다볼 수도 없는 인생의 중대사에 대해 젊은이들이 일종의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 나가는 자생적인 방법”이라며 “늦은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포기하거나 미루기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