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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공포".. 8개월 후 회사채 68조 만기

일산백송 2022. 10. 24. 20:39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공포".. 8개월 후 회사채 68조 만기

이윤희입력 2022. 10. 23. 19:44
 
내년부터 기업 돈줄 고갈 가능성
부동산 침체 겹쳐 건설업계 유탄

올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에 채권 손실이 커지면서 보수적으로 변한 금융기관들의 올해 '장부'가 벌써 닫혔다.

이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자금줄이 꽉 막히게 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68조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경색이 길어질 경우 기업들이 확보해둔 자금이 본격적으로 고갈되는 내년부터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24일부터 12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ABS 포함·CP 제외)는 약 13조9200억원이다.

내년 상반기(1∼6월)에 추가로 54조3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다음 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만기 규모는 총 68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이달(24∼31일)과 오는 11·12월에는 각각 4조원대에 그치지만 내년 1월에는 5조원대, 2월에는 8조원대, 4∼6월은 10조∼11조원대로 급증한다.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을 상환하거나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차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시장은 발행금리 급등과 수요 부진 등으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급 기업마저 발행 실패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AAA)는 지난 17일 5%대 이례적인 고금리를 제시하며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1200억원 어치가 유찰됐고,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AAA)도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아예 전액 유찰됐다.

우량 신용등급인 AA+급 JB금융지주는 최근 2년물, 3년물로 각각 800억원, 2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230억원, 150억원씩만 모이는 데 그쳤다.

등급이 낮은 하이일드 회사채는 더욱 어려운 처지다. BBB+ 등급 한진은 지난 17일 2년물로 3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10억원 확보에 그쳤다.

회사채 시장 경색은 이미 올초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추세 속에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위기가 대두됐고,

이 와중에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흔들린 것이다.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할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금리 인상기에 채권 평가손실을 우려,

채권 매수를 중단하고 일찌감치 '북 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을 한 것도

시장 경색에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친 건설업계가 가장 먼저 유탄을 맞았다.

부동산 PF시장이 멈추면서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는 건설사가 많아졌다.

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납부 기한인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롯데건설은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간 5000억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도 20일 계열사 군포복합개발피에프브이에 대한 96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모기업이 있거나 그간 충당금을 쌓아놓은 건설사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자금을 막지 못해 당장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시장 움직임을 두고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저금리 시기 금융투자업계 전체가 방만하게 운영됐던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와 은행 등 업계 전반이 저금리 시기에 '최대한 돈을 벌어보자'라는 심산으로 지나치게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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