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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막고 나무 심고... 노출 차단 묘책 찾는 대통령 관저

일산백송 2022. 8. 22. 23:14

창문 막고 나무 심고... 노출 차단 묘책 찾는 대통령 관저

입력 2022.08.22 15:20 수정 2022.08.22 15:29

22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에 소나무 등 조경수가 들어서 주거동과 업무동 건물을 가리고 있다(위). 20일 전인 2일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는 조경수가 없어 창문과 테라스 등이 훤히 보인다. 홍인기 기자·뉴시스

 

6월 20일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창문 여러 개가 완전히 폐쇄되거나 개조돼 있다(위). 공사 전인 5월 3일 촬영된 사진(아래)과 비교해 보면, 공관 전면 업무동에 나 있던 창문 7개 전부와 뒤편 주거동 2층의 창문 10개 중 4개가 철거된 뒤 가림막 등으로 밀폐됐고, 나머지는 미닫이형에서 고정형으로 개조된 것을 알 수 있다. 오대근 기자 · 뉴스1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거동의 2일(왼쪽)과 22일 모습. 창문과 테라스가 훤히 보이던 2일과 달리 22일에는 소나무 등 조경수가 들어서 건물의 상당 부분을 가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뉴시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이미 창문 상당수가 폐쇄된 한남동 대통령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에 이번엔 키 큰 조경수 십여 그루가 들어서 건물을 가리고 있다. 대통령 관저가 남산 산책로 등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는 만큼,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경호 또는 보안상 조치로 보인다.

22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입주가 임박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2주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조경수가 곳곳에 심어져 있다. 이미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관저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키가 큰 소나무와 부피감 있는 향나무는 단순 관상용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어림잡아 높이 10m가 넘는 소나무가 관저 뒤편 주거동으로 향하는 진입로와 주거동 2층의 몇 안 남은 창문, 테라스를 가리고 있다. 외부 인사들이 오가는 업무동 앞에는 향나무와 소나무가 심어져 창문과 진입로 일부를 가린다. 조경수가 심어지기 전인 지난 2일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에 주거동 2층 테라스와 바로 옆에 있는 창문 2개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업무동의 2일(왼쪽)과 22일 모습. 22일 키 큰 조경수가 업무동 진입로 옆에 심어져 있다. 홍인기 기자·뉴시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거동의 4월 25일(위)과 6월 20일 촬영된 모습. 총 10개의 창문 중 4개가 폐쇄돼 있다. 뉴스1·고영권 기자

 

리모델링 공사 전인 4월 24일 촬영된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업무동(왼쪽)과 6월 20일 촬영된 업무동. 총 7개의 창문이 모두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오대근 기자

 

대통령 관저는 사적 공간이자 업무의 연장 공간인 만큼 경호와 보안 유지가 필수다. 그런데,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동·남·북쪽이 숲으로 둘러싸인 데 반해 서북쪽은 훤히 트여 있어 남산 산책로나 이태원동 방향에서 관측이 용이하다. 특히, 밤 시간 대 조명에 의해 관저 내부 상황이 창문을 통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은 경호 및 보안상 안전 확보를 위해 외부로부터의 관측을 차단할 묘수로 조경수 식재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남산 방향으로 난 창문 17개 중 11개를 폐쇄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경수 식재 이유에 대해 "해석과 판단의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관저나 1급 보안 시설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로 확인하거나 알려줄 수 없는 보안 사항"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창문 폐쇄에 대해서도 확인 불가 입장을 밝혔다.

 

21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주거동 진입로에 키 큰 조경수를 심느라 받쳐 둔 지지대(붉은 원 안)가 보인다. 홍인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 입주가 임박한 가운데 22일 관저에 키 큰 조경수가 심어져 있다. 홍인기 기자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입주가 임박한 가운데 6월 19일 남산 산책로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관저를 촬영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