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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못 떠나는 진짜 속사정은 [특파원+]

일산백송 2020. 11. 12. 10:39

트럼프, 백악관 못 떠나는 진짜 속사정은 [특파원+]

국기연 입력 2020.11.12. 08:23 수정 2020.11.12. 08: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립묘지에 있는 무명용사묘에 도착하고 있다. 그의 국립묘지 방문은 대선 이후 첫 외부 공식 행사다.

알링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백악관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승자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대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간 표 차이는 99% 개표가 완료된 11일(현지시간) 현재 4만 7000표가 넘는다.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는 대선일인 11월 3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 투표가 1만개가량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대선일 이후에 도착한 우표 투표를 모두 무효 처리해도 그가 바이든을 따라잡을 수 없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역전하지 못하면 애리조나, 조지아 등의 나머지 미확정 경합 주에서 모두 승리해도 이길 수 없다. 바이든이 당선에 필요한 279명의 선거 인단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산 없는 소송전으로 버티면서 선거 결과 불복 및 정부 이양 거부 등의 초강수를 두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날 수 없는 이유’라는 티머시 오브라이언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통해 그 속사정을 파헤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면 파산 위기에 몰릴 민사 소송과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형사 소송이 기다리고 있다고 이 칼럼이 강조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은 현재 10억 달러 (약 1조 1130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지급 보증 서명을 한 빚이 4억2100만 달러이고, 이 중에서 3억 달러는 앞으로 4년 이내에 지급 만기가 도래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하는 즉시 돈을 끌어모아 이 빚을 갚아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호텔, 골프장, 레저 시설, 부동산업 등이 극심한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포브스는 트럼프의 개인 자산 규모를 37억 달러로 추정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32억 달러가량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파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그가 채무 상환을 하려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해야 하지만, 자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팔아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 최대 지방 검찰 조직인 뉴욕 남부지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탈세,

비즈니스 서류 조작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 입막음용으로 2명의 여성에게 비밀리에 돈을 제공했고, 8년에 걸쳐 세금 환급을 하지 않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또 투자 유치와 자금 대출을 위해 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주 등의 형사법으로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는 ‘기소 면제특권’을 내세워 수사망에서 벗어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 민사상 범죄 행위가 밝혀지면 그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도 벌금을 낼 뿐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형사범으로 기소돼 중범죄를 범한 사실이 입증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형사상 소추 면제특권을 누릴 수가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