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봉 바위에 웬 주름이..뒤집으니 2m 고려 석불 나왔다
강혜란 입력 2020.09.14. 16:35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이 발견 제보
목 부러진 석불 나와 "고려초 불상 추정"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문화재청 발굴 허가를 얻어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를 발굴조사 하던 중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구역 인수봉 아래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바위에 웬 무늬가 있나….’
2015년 7월 북한산 인수봉 인근 인수야영장을 둘러보던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소속 직원의 눈에 넓대한 바위가 들어왔다. 푸른 이끼가 낀 바위를 자세히 보니 주름 같은 무늬가 일정하게 패어 있었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로부터 제보를 받고 문화재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선 석불입상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밀 발굴조사가 시작된 지난 12일 바위를 뒤집자 통견(불상이나 승려의 옷 모양새 가운데 양 어깨를 모두 덮은 경우) 차림 불신(佛身)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선 땅에 파묻혀 있던 불두(佛頭)도 발견됐다.
지난 12일 발굴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 주축으로 발굴 전문인력들이 북한산 인수봉 인근 계곡에서 발견된 석불 입상을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수도문물연구원]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문화재청 발굴 허가를 받아 올 초부터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를 발굴조사 하던 중 인수봉 아래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등산객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야영지 상단에서다. 석불은 목이 부러져 있으나 얼굴 형태와 몸통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얼굴은 짧은 코와 두툼한 입술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오른손은 가슴 부분에 왼손은 허리춤에서 아래를 향한 모습이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수도문물연구원 측은 “몸체는 높이 2m·폭 65㎝, 머리는 높이 60㎝·폭 45㎝이며 전체 높이가 260㎝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석불입상 발견지 인근 지표에선 다량의 기와편과 토기편 등의 유물도 깨지고 마모된 채 확인됐다고 한다. 특히 기와에선 고려시대 기와의 특징인 어골문(물고기 뼈 모양과 같은 빗금들이 엇갈리게 겹쳐 나간 무늬)이 다수 발견됐다.
북한산 인수봉 인근 계곡에서 석불 입상이 발견된 당시 모습. 오른쪽 이끼 낀 바위처럼 보이는 게 석불의 몸통이며 측정도구가 놓여있는 위치에 땅으로부터 솟아있는 게 불상 머리다. [사진 수도문물연구원]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가 14일 공원 내 산재해있는 비지정문화재 정밀조사 중 북한산 인수봉 아래(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에서 고려시대 초기 석불입상을 발굴, 불두(佛頭)도 함께 출토되었다고 밝혔다. 북한산 인수석불입상은 10세기에서 11세기 석불상의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의 자문을 담당한 정성권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는 코 모양이나 손 위치 등 전반적인 제작 기법으로 볼 때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머리 위에 보개(寶蓋, 머리에 씌우는 갓)꽂이가 있는 불상은 매우 드문데, 이 불상은 머리에 보개꽂이가 남아 있다”면서 “북한산 일대에 분포한 불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불상 중 하나로 볼 수 있어 고려 초기 불교조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고려시대 불상을 연구한 정은우 동아대 교수는 “고려 10~12세기에 제작된 석불과 철불은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에 발굴된 석불은 사진상으로 볼 때 꽤나 정교해 보인다”면서 “아마도 입상이었다가 엎어지면서 목이 부러진 듯한데 덕분에 앞면 형태가 깨끗이 보존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위원인 정 교수는 “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추후 신청이 들어오면 정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문물연구원은 “지표에서 확인되는 유물과 석불입상으로 보아 야영지 일대에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절터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추가 발굴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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