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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는 LPG 차량, 모르고 사면 후회한다

일산백송 2019. 3. 27. 07:58

매일경제
누구나 사는 LPG 차량, 모르고 사면 후회한다
최기성 입력 2019.03.25 06:03 수정 2019.03.26 17:48

LPG 충전소 /사진=매경DB
LPG 충전소 /사진=매경DB


[세상만車-113]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가 국내에 도입된 지 40여 년 만에 대중화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정부가 일부 계층에만 구입을 허용했던 LPG 차량 빗장을 완전히 풀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회에서 이송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을 의결했다. 

법 개정으로 택시법인, 렌터카 회사,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일부만 구입할 수 있었던 LPG 차량을 

누구나 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LPG 차량 규제를 철폐한 이유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LPG 차량은 '원조 친환경차'로 여겨진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지만 

가솔린·디젤 차량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유지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LPG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이나 유전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가스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들어 

가격이 저렴하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LPG는 프로판과 부탄이 주성분이다. 

LPG는 색깔, 냄새, 맛이 없고 독성도 없다. 하지만 누출사고를 막기 위해 냄새가 나는 첨가물을 넣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가솔린차 9종, 디젤차 32종, LPG차 4종을 조사한 결과 

실외도로시험에서 2차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가솔린 차량이 0.02g/㎞, 

디젤 차량이 0.56g/㎞, LPG 차량이 0.006g/㎞로 조사됐다. 

LPG 차량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가솔린 차량보다 3배, 디젤 차량보다 93배 각각 적다.

LPG 차량이 미세먼지 저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LPG 차량도 가솔린·디젤 차량처럼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 차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료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는 5~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LPG 차량을 친환경차로 간주한다.

정부는 이번에 LPG 연료 사용 규제를 완전히 풀기 전에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2011년 11월부터는 장애인·국가유공자가 5년 이상 사용한 LPG 차량을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또 2017년 1월부터는 일반인도 등록된 지 5년 이상 된 LPG차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모든 RV(레저용 차량)의 LPG 연료 사용이 허용됐다.

영국 LPG 택시 /사진 제공=대한LPG협회
영국 LPG 택시 /사진 제공=대한LPG협회


LPG 차량은 이미 해외에서 친환경차 혜택을 받고 있다. LPG 차량은 미국, 호주,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인도 등 70개국에서 2681만대(세계LPG협회 통계자료 'Statistical Review of Global LPG')가 운행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피렌체,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각지에서 시행된 차량 2부제에서도 

LPG 차량은 전기차, 수소차와 함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프랑스 파리는 2016년 6월부터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차량을 0~6등급으로 구분하는 '차량 등급제도'를 

시행 중이다. 전기차 및 수소차는 0등급, LPG 차량과 압축천연가스(CNG) 차량 및 2011년 1월 이후 출시된 가솔린 차량은 1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들 차는 도심 진입에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무료 주차 혜택도 받고 있다.

LPG 화물차 대중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곳도 있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지역 영세 사업자나 도심 운행 제한 지역에 있는 

회사가 3.5t 이하의 LPG 차량을 구매하면 보조금 2500유로(약 321만원)를 지급한다.

영국 정부는 3.5t 이하의 차량까지만 운행할 수 있는 일반 운전면허 소비자가 LPG차와 같은 친환경차를 사면 4.25t까지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PG 차량을 일반인이 구매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유지비 절감이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이달 출시된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를 주행할 경우 LPG 모델(797원/ℓ, 10.3㎞/ℓ) 연료비는 3만1000원, 가솔린 모델(1378원/ℓ, 13.3㎞/ℓ) 연료비는 4만1400원이 든다. LPG차가 1만원 이상 저렴하다. 연간 1만5000㎞를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30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LPG 수요가 늘면 연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한LPG협회는 이에 대해 LPG는 수급이 안정적이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한다.

LPG 차량은 가솔린·디젤 차량보다 힘이 부족하고 

겨울철에 시동 불량 현상도 생기며 LPG 탱크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비좁다는 지적도 있다. 

"LPG차는 값싼 연료비 말고는 좋은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2003년 이전에 나온 LPG 차량은 액체 상태의 LPG를 기화시킨 뒤 공기를 혼합해 

연소실로 분사하는 방식을 사용해 추운 날씨에 시동 불량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출시된 LPG 차량은 3세대 방식인 LPI(Liquid Petroleum Injection) 엔진을 채택해 

액체 상태의 LPG를 각 기통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시동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출력 부족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연료를 사용하는 LPG 엔진은 

가솔린·디젤 엔진을 장착한 같은 차종과 비교할 때 힘이 약하지만 

최근 출시된 LPG 차량은 예전보다 성능과 실용성을 강화했다. 

가솔린·디젤모델보다는 약하지만 일상 주행 상황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장점도 있다. 

엔진소음이 작고 노킹 현상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정숙하다. 

승차감이 좋다는 뜻이다. 

연소실에 카본이 쌓이지 않아 점화 플러그를 오래 쓸 수 있다.


르노삼성 LPG 도넛탱크 /사진 제공=르노삼성

르노삼성 LPG 도넛탱크 /사진 제공=르노삼성


트렁크 공간을 실린더형 LPG 연료탱크가 차지해 적재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한 차량도 출시되고 

있다. 르노삼성 SM5·SM6·SM7은 트렁크 밑에 숨어 있는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도넛 형태의 LPG 탱크를 

장착했다. LPG 연료탱크가 트렁크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용량이 40% 증가한다.

SM7 LPG 모델의 경우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다. 

휠체어, 여행용 가방, 캠핑용품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룸과 뒷좌석을 연결하는 스키스루를 이용하면 스키나 보드, 길이가 긴 낚시용품도 적재할 수 있다.


문제는 충전소 부족이다. 

주유소는 전국에 1만2000여 곳이 있지만 

LPG 충전소는 6분의 1 수준인 2000여 곳이다. 

서울에는 주유소가 500여 곳에 달하지만 충전소는 80여 곳에 불과하다. 

충전소가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운행한다면 LPG 차량 구입은 재검토해보는 게 낫다.


다만 전기차처럼 충전소 찾기가 힘들거나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제품 가격 비교 사이트 '오피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인근 충전소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적은 것도 단점이다. 

지금 당장 신차로 살 수 있는 LPG 차량은 기아 모닝·레이, 현대 아반떼, 르노삼성 SM5·SM6, 기아 K5, 

현대 쏘나타, 현대 그랜저, 기아 K7, 르노삼성 SM7 정도다. 경차, 준중형차, 중형차, 대형차 중 일부 차종에서만 LPG 모델을 고를 수 있다.


올 하반기에 르노삼성이 국내 최초 LPG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 LPG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선택 차종 수는 부족하다.


LPG 신차 /자료=대한LPG협회

LPG 신차 /자료=대한LPG협회


가격 부담을 더 낮추고 싶은 소비자들은 중고차로 눈을 돌려도 된다. 

2017년부터 신차로 나온 지 5년 이상 된 LPG 차량을 중고차로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LPG 중고차 시장 규모도 커졌다. 

이번에 LPG 빗장이 모두 풀리면서 5년 이상이라는 연식 제한도 사라졌다. 선택 차종도 신차보다 다양하다.


중고차 시세를 산정하는 자동차 유통 플랫폼 SK엔카닷컴에 따르면 

2013년식 LPG 차량의 3월 시세는 쉐보레 스파크가 378만원, 현대 아반떼가 749만원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1013만원, 현대 쏘나타는 899만원, 르노삼성 SM5는 840만원, 기아 K5는 819만원, 

현대 그랜저는 1418만원에 각각 판매된다.


중고차를 직접 매입·판매하는 케이카(K car)는 이번 LPG 규제 해제에 발맞춰 LPG 차량 기획전을 마련했다. 기획전에는 현대 쏘나타와 그랜저, 기아 K5와 K7, 르노삼성 SM5와 SM7 등 세단 모델은 물론 

현재는 단종돼 신차로는 구입할 수 없는 기아 카렌스와 쉐보레 올란도 등 RV도 나왔다. 

매물 대수는 260여 대이고, 가격대는 270만~3000만원 정도다.


중고차 시장에 나온 LPG 차량 매물은 아직 적은 편이다. 

매물 구하기가 어렵다거나 싼 값에 나왔다는 딜러 말에 현혹돼 차 상태나 성능을 소홀히 살펴봤다가는 

오히려 돈만 낭비할 수 있다. 택시나 렌터카로 사용된 이력이 있다면 싼값에 혹하지 말고 

중고차 기업이나 정비업체를 통해 성능을 깐깐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