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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야기

배우자 외도때 기억해야 할 '금기사항'

일산백송 2016. 2. 17. 15:41

배우자 외도때 기억해야 할 '금기사항'
[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배우자의 외도징후와 대처법②
조혜정 변호사 | 입력 : 2016.01.12 08:00 

Q) 변호사님 말씀을 들으니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건 확실하네요. 

어제도 밤 12시 넘어 들어왔는데 제 시선을 피하면서 건넌방으로 가서 혼자 자버리더라고요. 

아이가 이제 겨우 돌인데, 아이 아빠란 사람이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가 있을까요? 

이렇게 한심하고 비열한 남자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했을 거예요. 

저는 아이 임신한 때부터 지금까지 낳고 키우느라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남편은 이런 저와 아이는 팽개치고 다른 여자나 바람이나 피우고 있다니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 부모님들께 이 사실을 알려서 남편을 단단히 혼내주면 정신을 차릴까요? 

하루에도 12번씩 이혼하고 싶은데, 이혼하고 저 혼자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아득해서 망설여져요.

A) 아이가 돌인데 아이 아빠가 바람을 피우다니, 얼마나 화가 날지 충분히 이해가 되요. 

하지만, 남편에게 분노를 터뜨리기 전 먼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요? 

 분노를 터뜨리는 건 그 후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일단 아이 출산을 즈음해서 부부관계가 멀어지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란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이혼상담을 해보면 아이를 낳고 난 후부터 각 방을 써왔다는 부부, 

아내가 임신중일 때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했다는 부부들이 그렇게 드물지 않거든요. 

아내 임신 중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서 아이 낳고 나면 이혼하고 결혼하자고 약속한 경우도 

몇 번 보았어요. 다시 말하면 아내의 임신 출산 중 남편의 외도는 다른 부부들도 겪는, 

결혼생활의 고비 중 하나라는 걸 알 필요가 있어요.

심리학자와 상담가들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건 

남편이 임신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관계에 익숙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임신을 하면 아내의 관심은 온통 아이에게만 쏠리게 되고, 

출산을 하면 아내는 모든 에너지를 양육에 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은 소외감을 느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아내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했는데, 이젠 아내의 관심권밖으로 밀려난 거거든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엄마의 사랑을 새로 태어난 둘째아이에게 뺏긴 첫째아이의 심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예전과 같은 애정을 받고 싶어해서 그걸 줄 수 있는 새로운 상대에 빠질 수 있어요.

아내의 입장에서 ‘나는 자기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어찌 그리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가 있나?’ 하면서 분노하게 되죠. 

피상적으로 생각하기엔 아내의 임신,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남편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데 

엄청난 기쁨을 느끼면서 헌신적인 아빠가 될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답니다.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에서는 아내가 주연이고 남편은 기껏해야 조연, 

심하게는 단역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래요.

선생님과 같은 상황에서 분노를 터뜨리면서 이혼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외 다른 중대한 문제가 없다면 저는 아직 성급하다고 생각해요. 

결혼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비 중의 첫 단계에 불과한 것이거든요. 

저는 가능한 문제를 표면으로 떠올리지 말고

남편이 새로운 가족관계와 자기역할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길 권하고 싶어요. 

알아서 관계를 정리하고 아이와 내 옆으로 돌아올 때까지 좀 기다려주는 거지요.

화를 내면서 추궁하는 건 가능한 피하시길. 

철저하게 응징해야 다시 안 하지 않겠냐고 생각들 하는데, 이런 대처법은 후유증이 크답니다. 

보통 아내들은 외도를 들킨 남편들이 언제까지나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아내의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하는데(제 생각으로 이건 TV 드라마의 영향인 거 같아요), 

실제론 그렇지 않답니다. 

외도를 들킨 쪽이 상대방에 대해서 ‘내가 잘못했고 배우자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감정이 유지되는 기간은 

보통 2~3개월 정도인 거 같아요. 

처음엔 용서해달라고 빌던 남편들도 이 기간이 넘은 후에도 아내가 추궁을 계속하면 

‘또 그 얘기냐?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냐?’하면서 버럭 화내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큰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외도 자체보다는 외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입은 감정적 상처 때문에 

이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래요.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알려서 나 대신 남편을 혼내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 

이건 진짜 위험한 방법이예요. 

배우자의 부모는 결코 내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거 절대로 잊으면 안되요. 

시부모님이 내가 원하는 만큼 남편을 야단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도리어 네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며느리를 탓하기도 해요. 

결국 남편과 시부모님 양쪽에서 상처받은 아내가 자기 부모님께 하소연을 해서 

양가 부모님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태는 수습불가능한 국면으로 가고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혼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게 되는 거랍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결론적으론 내가 참아야 한다는 얘기구나.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왜 내가 참아야 하나?’하고 억울한 감정이 들 거예요. 

하지만, 결혼은 드넓은 바다에 띄운 배에 부부가 같이 타서 평생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답니다. 

무사히 목적지에 가려면 항해기술을 배워야죠. 내 생각대로만 하다간 언제든 배가 뒤집힐 수 있어요. 

아직 배가 뒤집히기 전이라면 일단 배 안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항해를 계속해보세요. 

이 편이 배를 버리고 뛰어내리는 것보다 생존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도저히 못 참겠다면 어떻게 할지는 다음 회에 말씀드릴께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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