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윤석열이 왜 저러지?" 삼중 위기
[미디어오늘 손석춘 칼럼니스트철학자]
아주 의아해한단다. “윤석열이 왜 저러지?” 그와 개인적으로 술을 적어도 50회 넘게 마신 사람들의 목소리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한 그 말이 갈수록 실감난다. 딱히 그의 술친구가 아니었어도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한 검사 윤석열은 상식적이고 정의감도 있어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보라. 미국에서 자기가 한 말을 놓고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기막힌 주장을 버젓이 했던 그는 국힘당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만나 돌연 “종북 주사파는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란다.
▲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0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뜬금없는 해명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주사파에 전복될 상황인가? 어이없게도 그 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한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문수의 자진사퇴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사과를 민주당이 촉구한 상황에서 나왔다. 자진사퇴도 대통령 사과도 없이 외려 도끼눈 홉뜬 셈이다.
김문수는 심지어 문재인을 '총살감'이라고 부르댄 자다. 문재인이 김일성주의자라는 김문수의 발언에 윤석열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도리어 힘을 실어준다면 정말이지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 5개월 만에 이미 서로 맞물린 삼중 위기를 맞고 있기에 더 그렇다. 그 위기는 주사파에서 온 게 결코 아니다.
첫째, 민주주의 위기다. 어느새 우리는 정부의 장관급이 전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로 단정 짓는 매카시즘 세상에 살고 있다. 상식으로 짚어보자. 김일성주의자가 이 나라를 최근 5년 동안 책임졌다는 말인가? 파시스트적 궤변을 늘어놓거나 두남두고 민주당과 공존할 수 있는가. 0.7% 차이로 집권한 대통령이 상대 후보와 그 당을 대하는 태도는 살천스러움을 넘어 적대적이다. 윤석열과 김문수의 발언에 힘을 받은 '태극기부대'는 성조기까지 흔들며 거리로 나서 '문재인 구속, 이재명 구속, 주사파 척결'을 외쳐댄다. 문재인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며 유명세를 탄 윤석열 자신은 지금 검찰의 '내로남불 수사'를 즐기는 듯하다.
둘째, 민생 위기다. 가장 중요한 민생은 말 그대로 생사의 문제다. 아침에 건강하게 출근한 가족이 일터에서 숱하게 숨져가고 있는데도 노사정 대화를 끌어갈 책무를 맡은 김문수는 중대재해법에 “독소조항이 많고 문제가 많다”고 언죽번죽 주장했다. 하청 노동인들을 옥죄는 대기업의 손해배상소송을 막으려는 '노란봉투법'에도 붉은 색깔을 서슴지 않고 칠한다. 경총 회장을 만나선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에헴 한다. 후보 윤석열이 약속한 '최고의 적재적소 인재'가 단세포적 확증편향을 지닌 자란 말인가. 노동인들만이 아니다. 자영업인과 주거복지 단체들도 스스로를 지켜야 할 상황이다. 10월19일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긴급행동)' 결성도 그 맥락이다. 양곡관리법은 농민에 도움 안 된다는 윤석열의 단언도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셋째, 남북관계와 안보 위기다. 남북문제와 북미핵문제를 대화로 풀어보려는 시도를 '종북주사파'로 몰고 있다. 참으로 철딱서니 없잖은가. 남과 북, 미국 사이에 대화가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해결할 셈인가. 일본 자위대와 동해에서 군사훈련으로 풀 깜냥인가?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이고 총살감이라고 부르댄 자가 정부의 각료급이고 대통령이 그를 두남두는 모습을 평양은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대화에 나서고 싶을까. 더구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내놓고 한쪽에 밀착한 외교를 줄창칠 때 안보 위기는 물론 경제 위기도 무장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이 왜 저러지?” 묻는 사람은 아직 희망을 지녔다는 뜻이다. 2027년 5월초까지 집권할 이 정부가 민주주의, 민생경제, 국가안보의 삼중 위기를 어디까지 증폭시킬지 냉철히 짚어보라. 그렇다. 그의 술친구도 언론도 더는 의아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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