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발언 '잡음 삭제본' 꺼낸 與.. "'바이든' 더 잘 들려" 논란
박지현 "유승민 빼면 십상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잡음을 최대한 삭제한 음성 파일을 근거로 문제되는 표현이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근거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최대한 제거했다는 음성 영상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 댓글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 중 문제될 게 없었다며 옹호하는 반응과 오히려 논란이 된 대목이 더 분명하게 들린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에서 이처럼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반응이 나오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정치인 중 겨우 유승민 전 의원 한 명만 ‘대통령님, 정신차리세요’라고 했을 뿐”이라며 “충신은 보이지 않고 십상시만 보이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23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23초짜리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올리면서 “음성을 연구하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음성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들었다면서 “아주 잘 들리는군요. ‘이 XX’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 욕한 적 없는 욕 들었다거나 외교참사 없었는데 외교참사 났다며 야당에서도 더 억울해 할 일 없도록 깔끔하게 됐다”며 “평화로운 결론입니다만 일하러 간 대통령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이래야겠나”라고 반문했다.
페이스북 캡처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도 같은 날 ‘뉴욕 논란에 종지부를 찍다’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아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배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속어가 섞여 있지 않았고, 대신 ‘이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는 취지다. 박 의원의 근거 역시 배 의원이 올린 음성 영상이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의 사적발언에 대한 MBC의 보도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놓고 좌파는 ‘이 XX, 바이든’, 우파는 ‘이 사람들, 날리면’이라고 각자 믿는 대로 해석하고 논평했다”며 “좀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음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 대학에 의뢰해서 잡음을 최대한 없애 보았다. 다들 이걸 듣고 해설하든가 논평하시라. 더 좋은 툴 있으면 그것도 활용해 방송하고 보도해 주시라. 정파 편견 버리고”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유상범 의원 역시 같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과학적 입증을 통한 반론”이라고 했다.
반면 “‘이 XX들이’와 ‘바이든’이 한결 더 잘 들린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여러 누리꾼은 “바이든이라고 더 잘 들린다. 한번 더 확인시켜줘서 감사하다” “아나운서 발음 같다. 바이든이라고 정확히 들린다” 고 했다. 한 누리꾼은 “좌파는 ‘바이든’으로 들리고 보수는 ‘아, 말리믄’이라고 들린다. 정치성향이 청각에 영향을 주는 증거로 해서 논문을 발표해야겠다”고 댓글을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음성을 연구한 ‘모 대학’이라고 언급하면서 분명한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이 영상이 올라온 유튜브 계정에도 영상 제작자를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24일 오전 6시 기준 34명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정치인 중 겨우 유승민 전 의원 한 명만 ‘대통령님, 정신차리세요’라고 했을 뿐이다. 큰일이다”라며 “충신은 보이지 않고 십상시만 보이는 것 같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용기를 내서 말하는 참모가 없다면 국민의 절망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MBC 화면 캡처
MBC는 유튜브를 통해 이 장면을 전달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15시간 뒤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주장했다. 욕설의 대상은 미 의회가 아닌 야당이며,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한 적은 없다는 취지였다.
앞선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대통령실 해명과도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는데, 배 의원 등은 ‘XX들이’이라는 대목을 두고 ‘이 사람들이’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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