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달라진 경찰.. '성남FC' 이재명 뇌물 인정하고 두산건설도 송치
뇌물공여 두산건설 전 대표도 송치
1년 전 불송치 결정과 정반대 결과
"객관적 증거와 유의미한 진술 확보"
"이 대표 측에 후원금 유입 정황은 없어"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두산건설 전직 고위 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1년 만에 수사 결과를 스스로 뒤집은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이 대표와 두산건설 전직 임원 뇌물공여 혐의로 송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55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두산건설 전 대표 A씨와 성남시청에서 성남FC 업무를 담당한 직원 B씨도 검찰에 송치했다. B씨에 대해선 이 대표와 공모한 혐의(특가법상 제3자뇌물·공동정범)가 적용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 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9,900여 ㎡를 상업용지로 변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시가 정자동 병원 부지 면적의 10%를 기부체납받는 대신, 부지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늘리도록 허가해줘 두산건설이 막대한 이득을 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두산이 1991년 72억 원에 매입한 해당 부지에는 지난해 37층 규모의 분당두산타워가 들어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성남과 두산, 용도변경 협상 때 후원금 논의 정황 파악
2018년 성남FC 의혹 고발사건을 처음 접수한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대표를 불송치했다. 하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수사팀 요청을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결국 대선을 앞둔 올해 2월 성남지청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 수사 결과가 바뀌었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뒤집은 가장 큰 이유로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용도변경 관련 협상 단계부터 후원금을 논의한 정황을 파악한 점을 들었다. 경찰은 기부채납 면적이 15%에서 10%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5%에 해당하는 50억 원을 성남FC 광고 후원금 명목으로 받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성남FC에 후원금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두산건설이 성남시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와 두산건설은 지난해 경찰 조사에선 "성남FC광고 후원금과 용도 변경 사이에는 연관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된 것은 용도변경 주체는 성남시이지만,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성남FC였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다만 성남FC에 들어간 후원금 일부가 이 대표 측근에게 부당하게 지급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확인된 게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추적 등을 했지만, 후원금이 이 대표나 주변인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포함해 성남FC에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낸 기업 6곳 중 두산건설을 제외한 네이버와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에 대해선 기존 수사 결과대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객관적인 증거와 유의미한 진술,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네이버 등은 초기 수사와 마찬가지로 증거가 불충분해 불송치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중 현재까지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의혹 △이 의원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 △무료변론 의혹 등에 대해선 계속 수사하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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