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유족·국민의힘 "청와대·국방부, 해군·해경 엉뚱한 곳 수색케 해"
이환직 입력 2022. 07. 03. 15:30 수정 2022. 07. 03. 16:07유족 측 "정부의 해군·해경 지시 내용 중요"
2020년 9월 22일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 사건과 관련, 피격 직전 청와대와 국방부가 해군과 해양경찰에 엉뚱한 곳을 수색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격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3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해역 주변을 둘러본 결과 이씨가 북한군에 잡혀 있던 지점은 우리 영해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지역이었다"며 "해군이나 해경이 우리 영해에서 지켜보고만 있었어도 북한군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군수사령관 출신인 김진형 국민의힘 TF 민간위원은 "(사건) 당시 해군과 해경 함정이 이씨가 발견된 해역 쪽으로 이동한 정황이 없다"면서 "이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사실을 현장 작전세력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 의원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 의원과 이씨 유족 등은 전날 소연평도 해상과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35호 등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에 동행한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4시 40분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사실을 알았다"며 "당시 (발견된 사람이) 이대준씨임을 알았고,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우리 정부가 해군과 해경에 무슨 지시와 통보를 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이었던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35분쯤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후 10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31분쯤 실종 사실이 알려졌다.
이씨는 하루 뒤 소연평도에서 38㎞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는데, 청와대와 국방부가 이 사실을 알고도 해군과 해경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씨는 북측에 발견된 지 6시간 만인 22일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 총격을 받아 숨졌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하 의원은 "청와대의 명백한 직무유기를 확인했다"며 "군에 (이씨 발견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한 대통령 비서실장,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이 직무유기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날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이대준씨는 항해사로 배에서 고속단정도 운용했는데, 자진 월북을 결심했다면 위험한 선택을 할 게 아니라 (북측 해역까지) 5분이면 닿는 고속단정을 타고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앞바다에서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 선상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유족 제공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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