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좋은 이야기

66년 만에..낙태, 죄의 굴레 벗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일산백송 2019. 4. 11. 22:43

경향신문

66년 만에..낙태, 죄의 굴레 벗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혜리·유설희 기자 입력 2019.04.11. 22:09 수정 2019.04.11. 22:28

 

[경향신문] ㆍ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환호하는 여성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선 하루 종일 찬반을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시위가 이어졌다. 낙태죄를 반대해온 시민단체 회원들이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의 헌법불합치 선고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여성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폐지 국회, 내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임신 초기에도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금지한다면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 관련기사 2·3·4면

 

헌재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고 11일 선고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내놨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단순위헌 결정과 법률 무효화에 따른 법의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해당 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불합치와 단순위헌 의견을 합쳐 총 7명의 재판관이 낙태 처벌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임신·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해당 조항이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해 사실상 임신·출산을 강제하고 있다고 봤다.

 

모자보건법이 일부 낙태 허용 규정을 두고 있지만,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여성에게 고통이 가중되는 게 문제라고 재판관들은 지적했다.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게 재판관 7명의 공통 의견이었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기산한 임신주수)’ 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여성이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낙태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지 여부 등은 국회 입법에 맡기는 게 맞다고 했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임신 22주 이후에는 낙태를 제한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임신 14주)’에는 어떠한 사유든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낙태 처벌 조항은 이미 사문화돼 있어 폐기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즉시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혜리·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이슈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