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영빈관 신축 누가 추진했는지 밝히고 책임물어야”
동아일보 “영빈관 신축 누가 추진했는지 밝히고 책임물어야”
- 기자명 조현호 기자
- 입력 2022.09.18 17:41
6시간 만에 철회 “난맥상” 한겨레 “싸늘한 여론에 황급히 접어”
조선일보 “영빈관 878억 앞뒤 안맞아” 비판
한국일보 경향신문 “누구 의지였나 밝히라”
윤석열 대통령이 영빈관을 신축하기 위해 878억원을 예산안에 배정했다가 거센 반발이 쏟아지자 6시간여 만에 철회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주류 매체도 ‘영빈관 신축을 대체 누가 추진했는지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구 청와대 영빈관을 이용한다고 해놓고 신축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영빈관 이전’ 발언을 떠올려 배후를 의심한 더불어민주당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집단적 망상’이라고 비난하자 민주당은 아예 투명하게 추진 경위를 다 밝히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16일 오후 2시경 영빈관 신축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로 나온 이후에 여러 내외빈 행사를 여러 곳에서 주최했으나 경호의 어려움과 추가 경호 비용 발생, 시민 불편 동반 등을 들어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는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그 필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 인수위 때 발언을 두고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려면 다시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되어 있는 청와대를 부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여러 모순이 발생한다”며 “용산 시대에 걸맞는 그런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해 주리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그랬던 대통령실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8시20여분경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이 올린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9/16)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는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누가 신축 지시했나…책임까지 물어야
이 같은 졸속 추진에 졸속 철회 결정에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보수매체인 동아일보는 주말인 17일자 사설 ‘영빈관 신축하려다 철회… 누가 졸속으로 이런 일 벌였을까’에서 ‘기존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국빈 만찬 행사에 쓸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과 실제 내외빈 만찬 사례를 들어 “그러더니 아예 영빈관을 새로 짓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국민들로선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집무실 이전 비용을 훌쩍 넘는 영빈관 신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왜 사전 공론화도 없이 기재부 예산에 먼저 반영부터 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새 영빈관이 꼭 필요한 것인지, 부분 통제를 하더라도 옛 영빈관을 쓰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공개 논의를 먼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영빈관 신축을 누가 이토록 어설프게 추진하려 했는지 경위를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 ‘여론 반발에 밀려 하루 만에 백지화된 영빈관 신축’에서 “단순히 영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누구의 발상으로 무리한 계획이 만들어지고 추진됐는지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 이전 계획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확히 얼마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는지도 투명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짜 사설 ‘‘878억 영빈관’ 논란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한 윤 대통령’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로 추진됐는지는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대선 과정에서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한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까지 다시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국민 공감할 것 설명, 6시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철회…또 난맥상
영빈관 신축에 대한 대통령실 공식 입장을 밝힌지 6시간 만에 대통령의 철회 지시가 나온 것도 의문이다. 경향신문은 같은 사설에서 “대통령실이 16일 오후까지만 해도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시간을 끌수록 여론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며 “하지만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말은 군색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영빈관 신축 추진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공식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결정의 난맥상을 지적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짜 1면 기사 ‘尹, 878억 영빈관 신축 전면 철회... 민주 “누가 신축 지시했나”’에서 “대통령실은 그러나 김 수석의 언론 공지 6시간 전까지만 해도 영빈관 신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면서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정책을 추진하다 혼란을 자초해온 대통령실의 난맥이 또다시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이날 1면 기사 ‘윤 대통령, 영빈관을 손바닥 뒤집듯…낮엔 “한다” 밤엔 “철회”’에서 “영빈관 신축 계획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는 점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확인하고 황급히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 서민은 허리띠 졸라메는데 영빈관? 앞뒤 안맞아
조선일보도 쓴소리를 가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사설 ‘납득하기 힘든 878억 영빈관 소동’에서 “코로나 사태에 이어 전방위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국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영빈관을 짓는 것이 급한 일이냐는 의문이 있었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서 영빈관에 큰돈을 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장기적으로 영빈관은 필요할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국방컨벤션센터나 국립박물관 등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면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이용하면 된다”고 썼다. 이 신문은 지금이 “영빈관 신설과 같은 문제로 시비를 일으킬 때가 아니다”라며 “예산이 통과될 가능성도 없었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논란이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등 민생 위기는 심화되는데, 대통령실이 10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당장 내년부터 영빈관을 새로 짓겠다는 걸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추가 비용을 명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권성동 ‘집단적 망상’ 비난에 ‘그럼 투명하게 해소하자’ 제안
한편, 영빈관 신축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심에 집단적 망상이라고 비난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반론이 되레 민주당의 더 큰 반발을 낳았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발언을 두고 “말은 바로 합시다. 국민의 합리적 의심이 국민의힘에게는 망상으로 보이느냐”며 “억지와 비난, 막말 말고는 변명할 길이 없느냐. 이런 태도야말로 의심을 뒷받침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망상이라면 거리낄 것 없을 테니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자”며 “영빈관 신축이 추진되고 결정된 과정을 모두 확인하면 합리적 의심인지 망상인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논평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철회 지시를 한 영빈관 신축 계획과 청와대 이전 비용에 대해 왜곡과 날조를 일삼고 있다”며 “민주당은 청와대 이전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영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한 마당에 민주당은 영빈관 신축을 김건희 여사가 지시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저급한 주장을 하며 대통령 부인까지도 공격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당력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