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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내다 경영권 빼앗길라..한진그룹 일가 구할 '백기사'는?

일산백송 2019. 4. 9. 19:57

동아일보

상속세 내다 경영권 빼앗길라..한진그룹 일가 구할 '백기사'는?

송진흡 기자 입력 2019.04.09. 15:34 수정 2019.04.09. 15:38

 

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과 네 아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오너 일가로서는 ‘백기사(White Knight)’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작고한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의 절반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하는 상황에서 자칫 상속받은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한진칼 지분을 제외한 정석기업, ㈜한진, 대한한항공 등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 계열사 지분 매각만으로는 2000억 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9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오너 일가가 상속받은 나머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은 750억 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향후 배당을 통한 상속재원 마련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오너 일가가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백기사를 찾지 못하면 한진칼 2대 주주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KCGI펀드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연금에 경영권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진 오너 일가를 위한 백기사로 거론되는 국내 기업이나 사모펀드는 거의 없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이 좋아 향후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영 외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 시범 케이스로 지목한 한진그룹을 도와줬다가 금융 및 정책 당국으로부터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정치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에서는 그나마 정치적인 고려 없이 백기사로 나설 곳으로 조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그룹을 꼽는다. 조카를 돕는다고 나서면 현 정부의 ‘따가운 시선’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호 회장으로서도 부친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세운 회사를 지켜낸다는 ‘명분’과 함께 투자 수익이라는 ‘실리’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조정호 회장이 부친 타계 후 빚어진 상속 분쟁으로 조양호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조정호 회장이 지원한 후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조원태 사장 등 조양호 회장 자녀들이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사장 등 한진가 오너들이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인 미국 델타항공 등 외국 기업이나 금융회사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b@donga.com